일본 측, 법원에 제소할 듯…모금하며 반대 활동 지속

▲ 시드니 애시필드 연합교회 내의 소녀상.

호주 내 일본단체가 시드니의 한 교회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인종적 증오와 분열을 조장한다며 호주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이 기각됐다.

호주인권위원회는 지난주 일본인 민간단체를 표방한 ‘호주-일본 커뮤니티 네트워크’(AJCN) 측이 지난해 12월 제기한 진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이하 시소추) 측이 17일 밝혔다.

인권위 측는 일본 단체의 진정 내용은 인권위가 다룰 사안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드니 소녀상은 일본 측의 집요한 훼방 작업을 뚫고 지난해 8월 한인 밀집지 인근 애시필드 연합교회(목사 빌 크루스) 뒷마당에 세워졌다. 소녀상은 교회 조경 작업이 끝나는 대로 길가의 교회 앞마당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 일본 단체는 어린이를 포함한 일본인을 인종차별과 집단 따돌림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인종차별반대법 상의 ‘18C’ 조항을 꺼내 들어 호주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이 조항은 “인종이나 혈색, 혹은 국가나 민족을 이유로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하거나(offend) 모욕하는(insult) 표현, 또한 수치심을 주거나(humiliate) 위협적인(intimidate) 표현”을 범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 소녀상 공간을 흔쾌히 내준 빌 크루스 목사.

일본 측 주장에 대해 인권운동가인 크루스 목사는 소녀상이 일본인들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전쟁 중에 고통을 받은 여성들을 위한 것으로 같은 일이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소추 공동대표인 박은덕 변호사는 “일본 측이 인권위에 진정할 때, 연방법원에 제소하겠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크루스 목사의 변호인은 ’걱정하거나 신경 쓸게 없다‘며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결과를 낙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 단체는 소녀상 반대 운동을 계속하겠다며 약 보름 전부터는 2만 호주달러(1730만 원)를 목표로 온라인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기 위한 일본 정부와 일본계 극우단체의 3년에 걸친 집요한 소송도 최근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패배로 종지부를 찍은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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