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출 사회부 kbc78@ksilbo.co.kr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2014년 울산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당시 사옥을 짓는데 20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호화 청사라는 논란도 일었다. 그 청사 지하에는 8개 레인 규모의 실내수영장이 있다.

이 수영장은 처음 지을 때부터 주민에게 개방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건립에만 60억원 가까운 돈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용한 주민은 단 한명도 없다. 2년 넘게 개방조차 못한 채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유령 수영장’ 신세를 면치 못하면서 각종 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수영장에 물을 채우지 못하는 이유는 운영비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자체 용역을 실시한 결과 수영장 운영비는 연간 20억원으로 조사됐고, 적자는 10억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부터 중구청과 공사가 지속적으로 수영장 개장을 협의했지만 해외 사업 실패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공사의 내부사정과 운영비 문제로 개장되지 못했다.

중구청은 운영적자를 공사에서 보전해 줄 것을 요구했고, 공사는 중구청이 수영장을 위탁해 운영해야 한다고 반발하면서 수영장 개장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올해 1월에는 공사 사옥이 코람코투자신탁에 매각되면서 난항을 겪기도 했다.

보다 못한 중구청은 운영권을 이관받아 적자를 감수하면서 직접 운영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도 중구청과 운영권 이관을 위한 협약을 위해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지만 수영장 조기 개장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애초 공사 수영장은 주민들을 위해 지어졌다. 이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수영장 개장에 따른 재정적 손익을 따지기에 앞서 사회적 편익과 공익성이 우선돼야 한다.

이전 공공기관이 당초 수영장 건립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개장을 계속 보류하는 모습에서 공공기관이 지역사회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공사는 돈이 없어 체육시설을 운영하지 못하다는 것은 이전 공공기관의 직무유기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김봉출 사회부 kbc7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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