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없어 결혼 미루는 사례 증가
작은결혼식 등으로 비용 절약
미래 설계에 축의금 사용해야

▲ 김의창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 2월 사랑하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가족들은 슬픔속에서도 조용히 장례 준비를 했다. 필자는 신문의 부고 란에 어머니 사망소식을 알렸고, 형제들도 다니는 직장에 어머니께서 영면(永眠)하셨다는 소식을 알렸다. 김영란 법이 통과된 이후 조화의 숫자는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는 띠만 남기고 조화가 들어오는 즉시 페기처분하기도 했다.

장례식장을 방문한 조문객들의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죄송하기도 했지만 조문객을 맞으면서 슬픔을 잠재울 수가 있었다. 조문객들이 오면 해장국과 약간의 과일 그리고 음료수를 대접한다. 옛날처럼 화투를 치는 사람이나 술이 취해 장례식장 분위기를 해치는 조문객은 거의 없었다. 80% 이상이 매장보다는 화장을 택하는 등 장례문화도 많이 간소화됐다. 연로하신 분들의 사고방식도 바뀌어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는 장례식을 지양하는 것 또한 건전한 장례문화를 형성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다. 조문객들이 주신 부조금으로 충분히 장례식을 치룰 수 있었다. 오히려 남아 형제들에게 돈을 돌려주면서 부조하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하자고 했다. 우리나라 전통인 품앗이의 결과다.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정신도 없는데 장례비가 부족해 어려움이 있다면 이것 또한 난감한 일 아닌가?

필자는 학교에 있는 관계로 결혼하지 않은 젊은 교수들과 직원, 그리고 동료 교수들의 자녀 결혼식 청첩장을 자주 받는다. 결혼을 하지 않은 교수나 직원들에게 “국수 언제 먹을 수 있어?”라고 농을 던지지만 현실의 결혼식장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요즈음 결혼식장에 가면 누구를 위한 결혼인지 알 수가 없다. 호텔에서 10만원이 넘는 음식을 대접, 식사를 하면서 결혼식을 진행하기 때문에 하객들이 오랜 시간 예식장에서 머물러야 한다. 필자가 너무 건조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잘 알지도 못하는 자식들의 결혼식까지 참석해야 되나’하고 참석이 망설여진다. 축의금도 부담스럽다. 호텔 음식 값이 10만원이 넘기 때문에 축의금으로 5만원을 부조하면 오히려 미안하다. 이런 결혼식 행태는 허세와 체면이 내면에 깔려 있어 발생하는 것 같다. 양가의 어른들이 서로 인식을 같이해야 작은 결혼식을 할 수 있는데 체면 때문에 그러지 못한 것 같다.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최근 미혼남녀 327명(남 156·여 171)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6.4%가 결혼자금을 모으려고 저축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평균 결혼자금 저축 목표는 남성 6272만원, 여성은 4579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의 64.5%가 스스로의 힘으로 결혼자금을 마련할 수 없고, 67.9%는 결혼자금이 부족하면 결혼을 미루겠다고 밝혔다. 부족한 결혼 비용을 해결하는 방법은 대출(28.7%), 부모님 도움(27.5%), 예단·예물 생략(22.3%), 주거 규모 축소(10.4%), 결혼식 규모 축소(8.9%) 순이었다. 대출이 필요한 이유는 주택 마련 비용이 부족해서(76.1%)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결혼 상대의 결혼자금 대출 한도로 생각하는 금액은 평균 3260만원으로 나타났다. 연인이 결혼자금 부족을 이유로 결혼을 미루자고 하면 남성은 2~3년(44.9%), 여성은 1~2년(45.6%) 기다리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결혼식 축의금은 돈이 부족한 혼인 당사자들이 사용해야 한다. 돈이 없어 결혼을 망설이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하례객들이 부조한 축의금이 호텔이나 결혼대행사들의 주머니로 가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가? 저출산이 국가적 재앙이라고 많은 문제제기를 하면서 이런 결혼문화를 바꾸자고 화두를 던지는 사람도 없다. 조촐한 식당에서 하객들에게 국수와 음식을 대접하고 결혼 당사자들을 위한 축제가 돼야 한다. 돈이 없어 결혼을 망설이는 젊은이들을 위해서라도 지도층 인사들부터 작은 결혼식에 동참해야 한다. 축의금은 신혼부부들의 미래 설계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

김의창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