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정세는 우리 역량 넘어선 큰 판
현상황선 안보보다는 경제대통령 필요
4차산업혁명 이끌 미래형 지도자 뽑길

▲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전 언론인

어떤 대통령 후보를 뽑아야할까를 놓고 언론에서부터 저녁 회식자리는 물론 동창모임, 심지어 집안가족들간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략 핵과 미사일을 놓고 미국과 북한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치닫다 보니 안보가 최고 쟁점이 되고 있다. 보수, 진보할 것없이 모든 후보가 ‘안보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안보역량이 차기 대통령을 뽑는 최고 기준이어서는 안된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우리 대통령의 안보역량으로 관리될 수준을 훨씬 넘어섰기 때문이다. 6·25 이후 남북간 긴장을 넘어 동북아 질서의 주도국인 미국과 중국이 전쟁불사상황까지 치달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특히 공산권이 무너지고 미국이 세계의 경찰역할을 해온 1990년대 이후 집권했던 한국의 민주화정부는 강대국이 한반도를 놓고 직접 격돌하는 상황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까지도 안보상황이 남북관계에만 머물러 있었다.

지금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남북관계가 아닌 미국과 중국, 미국과 핵을 가진 북한의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일본은 미국을, 러시아는 중국을 지원하는 전대미문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핵은 커녕 미사일 주권도 제대로 갖지 않은 남한 대통령의 안보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권투로 치면 헤비급 무대에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웰터급 선수가 뛰어들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안보능력을 헤비급으로 키운 다음에는 우리 대통령의 가장 높은 덕목이 ‘안보대통령’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자체 안보능력으로는 차기대통령의 최고 기준이 ‘안보’여서는 곤란하다.

그렇다면 차기대통령의 가장 으뜸 조건은 무엇일까? ‘첨단경제 대통령’이다. ‘4차산업혁명’을 이끌 ‘첨단경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지금 우리의 안보는 경제력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미국이 기를 쓰고 한국을 보호하려는 것도 경제가치 때문이다. 미국은 신흥국 가운데 자기 나라처럼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거의 유일하게 꽃피운 한국이 세계 10대 무역대국이면서 휴대폰을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드는 제조업 강국이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반열의 동맹국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미군 주둔비를 군말없이 댈 수 있는 것도 우리의 경제력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져 미군 주둔비를 제대로 부담하지 못하게 되면 미국은 일본에 대한 의존을 더욱 키울 것이 뻔하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경제역량때문에 독도에 대한 시비를 끊임없이 하면서도 한국을 완전 무시하거나 절연을 못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시원찮아지면 미국은 한국의 동맹수준을 낮출 것이고 일본은 독도 도발을 더욱 거세게 할 것이 뻔하다. 중국은 한 술 더 뜰 것이다. 중국이 한국산 첨단반도체 없이는 자체 제조업을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의 산업기술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사드보복이 이 정도에 그친다고 봐야한다.

우리가 북의 위협을 주도적으로 관리할 자체 안보능력을 확실히 갖추기 전에 ‘안보대통령’을 우선하는 것은 ‘심리적인 대선구호’일 뿐이다. 남북관계가 안보의 전부인 상황이라면 안보대통령을 뽑을만 하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세계적인 패권을 놓고 격돌하는 국면이 한반도에서 전개되는 이 판국에서는 아니다. 자체 안보능력을 키울 때까지 우리 대통령은 지금의 경제를 지켜내고 미래경제(4차산업혁명)를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본인이든 참모진이든 이 역량을 보고 차기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요컨대 차기 대통령까지는 경제를 잘해야 밖으로는 안보, 안으로는 복지가 해결되는 단계에 있는 나라다.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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