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선관위-경상일보 공동기획 ‘선거와 희망’

▲ 서정욱 울산시선관위 홍보담당관

이번 5월9일 대통령 궐위선거에서 내가 찍는 1표의 값어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까? 과거 선거시 식사를 한끼 대접 받거나 봉투를 받고 표심이 작용한 경우라면 한표의 값어치가 식대 또는 봉투 속 현찰로 비교적 명확하게 계산되겠건만 이젠 옛날 이야기다.

수많은 사람들의 투표 중 내가 찍은 1표의 영향력이 피부에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선거와 투표제도가 생긴 이래 단 1표 차가 역사를 바꾼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 중 1800년대 미국의 정치사를 보더라도 그렇다. 1800년 하원에서 실시된 제3대 대통령선거에서 토머스 제퍼슨은 1표차로 당선되었고, 1824년 제6대 대선에서도 애덤스가 1표차로 당선됐다. 1839년 매사추세츠 주지사 선거에서 애드워드 에버릿 주지사는 투표를 독려하느라 정작 자신이 5분 늦게 투표소에 도착하는 바람에 1표차로 낙선했으며, 1845년 텍사스 병합 여부를 결정하는 의회투표가 1표차로 가결되었다. 1868년 제17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은 1표 때문에 탄핵소추를 모면했다.

우리의 사사오입 개헌 사태도 1표가 원인이 되어 발생된 것이다. 국민이 대표를 뽑고 대표가 나라의 살림을 사는 대의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 국가에서 국민의 가장 강력한 권력은 그 대표를 뽑는 권리일 것이다.

4년마다 실시되는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투표로 뽑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냉소적인 평가를 코믹하게 표현한 이야기가 있다.

누군가 “직업이 각기 다른 농부, 회사원, 국회의원 세사람이 강에 빠졌는데 누굴 가장 먼저 건져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정답은 국회의원이다. 왜냐하면 강물이 오염되니까. 웃자고 한 얘기겠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을 반영한 것 같아 서글픈 세태(世態)가 느껴진다.

내 1표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훌륭한 후보가 당선되도록 투표하는 것일 게다. 그 훌륭한 후보는 나아가 다수로부터 선택됨으로써 정당성을 갖게 된다. 따라서 유권자는 훌륭한 후보가 누군지를 가리는데 공을 들여야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과거 유럽에서 ‘저녁에 술을 먹으면 다음날 점심 식사가 공짜로 나온다’는 과대광고가 있었는데 애당초 술값이 높게 책정되어 점심값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생긴 말이다.

우리 정치사에는 투표하기전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부족해 값비싼 댓가를 치른 경험이 한 두번이 아니다. 필자도 과거 어느 지방선거 때 투푯날까지도 어떤 후보가 출마했는지 신경쓰지 않고 있다가 기표소에 들어가서야 얼굴이 익은 후보에게 대충 표를 찍은 적이 있다.

머슴을 쓸 주인은 후보를 검증하는데 공을 들여야 한다. 대충 뽑으면 일은 제대로 않고 재산만 축낼 것이다. 내 마음에 드는 머슴을 뽑는 일을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 없다.

5월초에 내가 뽑을 머슴은 보통 머슴이 아니다. 나와 내가족, 우리사회를 안전하고 풍요롭게 할 수도, 비참하게 만들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머슴이다. 유권자는 후보들의 과거와 현재, 성실성과 도덕성 등을 비교해 보다 우수한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선거공보나 공약서를 찬찬히 살펴 보고 각종 토론회 등에서 주장을 들어 보며 어느 당, 누구의 정책(政策)과 공약(公約)이 더 좋으며 능력과 재원(財源)은 적합한지, 유권자를 현혹하기 위한 허위·과장은 없는지, 또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配分)해야 하는 예산을 임자 없는 돈 쓰듯 해 인기만 노리는 포퓰리즘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나의 1표는 역사의 일부이기에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귀중한 것이다.

서정욱 울산시선관위 홍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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