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만족을 중요시하는 요즘세대
직장을 삶과 목적의 일부로 여긴다면
보다 행복한 직장생활 보낼 수 있을듯

▲ 김용진 한국동서발전(주) 대표이사 사장

직장인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 글로벌 리서치기업이 전 세계 57개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직장인의 행복도가 최하위권인 49위를 기록했다. 일반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한 발전해법 네트워크(SDSN)가 발간한 ‘2017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도는 전 세계 155개국 중 56위 수준에 머물렀다. 우리나라 국민 3명중 1명이 직장근로자이다. 직장인이 행복하지 않은 국가의 국민이 행복할리 없다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행복한 국가를 위해서라도 행복한 기업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직장인이 불행하다고 하지만 필자와 동시대를 살아온 중장년 세대는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젊은 세대들이 참을성이 없고 편한 것만 추구한다는 냉소적 비판을 하는 이도 있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처럼 전란 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세대까지 가지 않더라도 1970년대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동으로 떠나야했던 근로자, 수기(手記)로 모든 업무를 해야 했던 아날로그 세대들에겐 지금의 보수와 근무환경 등 어느 것 하나 과거보다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요즈음 대기업이나 공기업 취업에 성공하면 온 집안의 자랑거리이다. 젊은이들은 마음에 드는 직장을 잡기 위해 몇 년간의 희생도 불사한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어렵사리 원하는 직장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최근의 젊은 사원들은 입사초기부터 번아웃(Burn-out) 증후군을 보이기도 한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인정받는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자격증 취득 등 많은 노력과 극심한 경쟁을 치렀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면 수긍이 가기도 한다. 이들 앞에는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승진하기 위한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다 주택가격 폭등 등으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기 위해 과거보다 큰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으로 에너지가 소진된 직장인들이 회사에 바라는 것, 추구하는 가치도 변화하는 조짐이 보인다. 최근 어느 취업포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구직자 3명 중 1명은 ‘저녁이 있는 삶’을 절대 포기할 수 없고, 연봉도 포기할 수 있다는 대답을 했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외쳤던 19세기 영국의 사상가 스튜어트 밀(J.S. Mill)의 말처럼 정신적 만족을 더욱 중요시한다.

이러한 문제는 상당부분 개인적인 삶과 직장이 별개라고 생각하는데서 온다고 본다. 직장이 개인의 삶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생계를 위한 도구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장 불행한 것은 개인의 인생목적과 회사·조직의 목적이 서로 일치하지 않고 심지어 대립·갈등관계에 있는 경우이다. 아직도 우리 내부에는 회사와 개인의 역할, 목적 등을 서로 대립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직장 내에서 세대간, 노사간 평행선을 달리는 안타까운 모습을 흔히 본다.

직장은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정체성의 일부분을 이룬다. 개인의 자아실현과 인생 목적 실현을 위한 중요한 터전이다. 이러한 점에서 회사가 직장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그들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개인도 직장이 단순히 생계를 꾸리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직장은 자신의 삶과 목적의 일부이다. “인생의 목적을 회사 문 앞에 버려두고 일하러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어느 경영학자의 충고를 되새겨본다.

김용진 한국동서발전(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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