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헌 국민투표 승리 축하 집회 참석한 에르도안.

개헌 국민투표 승리로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이번 개헌이 독재체제로 가는 조치라는 세간의 평가를 부인했다.

그는 이날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미국 CNN방송과 한 개헌 국민투표 이후 첫 인터뷰에서 이번 개헌은 자신과 관련한 조치가 아니라면서 “독재체제가 존재하는 곳이라면, 대통령제는 필요 없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나는 영원히 살 수 없는 존재고, 언제든 죽을 수 있다”면서 “우리는 투표함이 있고, 민주주의의 힘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우리는 그것을 국가 의지(national will)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그가 이번 개헌을 추진한 것은 터키의 정치 시스템 향상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그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욕구 때문이라는 평가 역시 부인했다.

그는 “그 (새로운) 체재는 터키 민주주의 역사의 변신과 변화를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국민투표에서 가결된 이번 개헌안은 터키 정치권력구조를 현행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 일명 ‘제왕적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장 2034년까지도 재임할 수 있는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더욱 막강한 권한을 틀어쥐고 초장기간 집권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닦은 것이다.

▲ 개헌 국민투표 무효 주장하는 시위대.

이를 두고 터키 안팎에서는 전제주의와 1인 지배에 이를 수 있는 조치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개헌 찬성표와 반대표의 차이가 불과 2.6%에 불과한 데다 투표 부정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요 도시에서 개헌 국민투표 무효를 주장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축구에서는 “’1 대 0‘으로 이겼든, ’5대 0‘으로 이겼든 상관없다”면서 “궁극적 목표는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유럽연합(EU) 가입 재검토를 공언하며 필요하면 EU 가입 여부에 대한 신임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에르도안 대통령은 “EU는 54년간 우리를 EU 문 앞에서 기다리게 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는 정치적 관계의 관점에서 보면 참을 수 없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EU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려고 애썼지만, EU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EU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그들이 약속을 지킨다면 우리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면서 “우리는 어떤 조치들이 취해질지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개헌 국민투표 승리 직후 축하전화를 걸어온 데 대해서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만나서 우리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과 터키가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만족한다”면서 “미국과 터키는 동맹으로서, 중대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고, 그 점에서 어떤 어려움도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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