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 지원 보육정책
가족친화 사회인프라 구축 등
한국형 보육제도 정착 급선무

▲ 강혜경 경성대학교 가정학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연일 대선후보들이 국공립보육 및 유아교육시설의 확대와 아동수당을 비롯한 보육공약들을 발표하고 있다. 급격한 인구절벽의 저출산 국가로 진입하고 있는 현실에서 마땅히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선거 선심용은 아닌지 우려된다. 소위 ‘누리예산 파동’처럼 재정건전성은 고려하지 않고, 미봉책의 생색내기식 복지 포퓰리즘의 경쟁은 아닌지 들여다보게 된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한 이래 10여년 동안 출산관련 예산으로 80조원이상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미국 CIA ‘The World Factbook’에 의하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25명의 초저출산국가로 세계 224개국 중 220위를 기록했다. 한국 실정에 맞는 세심하고 유용한 보육정책 부재의 결과로 여겨진다.

대학에서 만나는 20대 청춘들에게서 연애와 결혼, 출산에 대한 격세지감의 세대차를 느끼곤 한다. 실제 결혼과 출산은 고사하고 시간과 에너지, 경제적인 이유로 연애할 생각이 없다는 이들도 많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출산 기피현상을 보인다. 여성들이 경력단절과 유리천장, 가사와 육아 문제를, 남성들은 사교육부담과 자기개발에 대한 투자를 이유로 들고 있다. 누구도 젊은 청춘에게 결혼이나 출산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니 미래를 위해 저출산 문제를 정말 해결하고 싶다면 사회적 인프라를 갖추고 보육정책과 가족친화적 환경조성을 위한 비약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실제 저출산 탈출의 선진국들을 살펴보면 공공보육 기반구축은 물론 출산으로 인한 유자녀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보완해 주는 자녀수에 따른 아동·가족수당과 육아휴직, 탄력근무제 실시 등의 일가정양립 지원방안이 갖추어져 있다. 일본은 고령화와 육아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최근 대가족제도의 장점을 살린 ‘3세대 동거’ 지원방안을 내놓았고, 호주는 ‘조부모 아이돌봄 수당’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스웨덴과 프랑스는 부모의 결혼여부에 관계없이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고, 출생아 양육에 필요한 서비스를 동일하게 제공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프랑스는 1993년 출산율 1.66명의 최저치에서 2014년 2.08명까지 오르고 현재는 2명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보육시설 확충 등의 정책도 있었지만 다양한 가족형태의 인정이 보다 저출산 극복에 도움이 됐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1999년 시민연대협약(PACS)을 도입해 성인 간 동거관계에 법적인 권리를 부여하고 세금납부, 상속세 감면 등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로 저출산을 극복한 것이다. 가족중심적인 우리사회에서도 2015년 12월 중장기전략위원회에서 결혼하지 않아도 동거를 인정해 동등한 혜택을 주는 ‘동거관계 등록제’를 검토한 적이 있다. 다양한 가족형태가 공존하는 현실에서 출산율 감소 타파책이 절실한 이슈가 된 것이다.

영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2012)’는 출장이 눈치 보이고, 첫눈이 오면 같이 놀자던 아이와의 약속에 전전긍긍하는 취업모의 애환을 보여준다. 워킹맘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일상의 이야기로, 문화권을 넘어 자녀양육의 문제는 어려운 문제임을 알게 한다. 필자도 취업모로 잠시라도 아이들을 믿고 맡길 곳이 절실했었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어린이집과 유치원, 특히 인품과 전문성을 갖춘 훈련된 전문교사가 절실했다. 대선 후보들의 국공립 유치원 40%, 육아휴직 임금보전, 아빠 휴직제도 등은 선심성 선거공약이 아닌 실제 한국형 보육제도로 정착되어야 할 시대적 과제이다.

지난 주말 봄나들이에서 만난 애완동물을 안고 가는 젊은이를 보고 “결혼도 출산도 안하고, 애완동물만 키우고 사는 요즘 사람들은 모른다. 아이를 길러본 사람이면 안다. 옹알이를 하고 걸음마를 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이 기쁨이라는 것을. 그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다음세대가 된다”는 팔순노모의 아쉬움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봄날, 벚꽃나무 사이로 흩날리고 있었다.

강혜경 경성대학교 가정학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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