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가지치기로 가로수 수난
수종별 관리기준 수립해 정비를

▲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공원의 나무들이 도깨비 방망이가 됐다”는 주민전화가 왔다. 크레인 위에서 굉음의 기계톱 소리와 함께 나무 꼭대기의 굵은 가지가 하늘을 날아 땅에 떨어진다. 시민의 이야기처럼 과도하게 가지치기를 한 메타세콰이어는 도깨비방망이처럼 변해버렸다. 건물과 인접해 있던 나무는 이미 몇 년 전에 잘렸다가 잔가지가 많이 나오자 이번에 또 모두 잘리는 아픔을 당했다. 나뭇잎이 우수관을 막는다는 민원 때문에 잘라냈다고 한다.

가지치기는 어릴 때 해야 한다. 다 자란 나무를 막 자르는 것은 나무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다. 동물들은 상처가 나면 세포를 재생 복원시킨다. 상처가 나면 아물어 낫게 한다. 그런데 나무는 세포를 복원시키지 못한다. 상처 입은 곳과 생산을 하는 공간을 나눠서 생산을 많이 해서 상처를 덮어 나간다. 덮지 못한 상처로 균이 들어가 버섯이 피는 등 분해가 시작되거나 하늘소 같은 천공성 해충들이 침입을 한다. 균들이 들어간 곳은 혹처럼 부풀어 오른다. 암 덩어리인 종양을 갖고 있게 된다. 살아 있는 나무인데 마른 가지와 썩은 부분이 있는 이유다.

나무의 가지치기는 위험이나 질병으로부터 돕는 일이다. 최근에 가지를 잃었거나, 죽은 가지는 있는가? 차, 사람, 집을 덮칠 가능성이 있는가? 뿌리 부패나 혹이 생겼거나 상처를 입었는가? 이런 질문을 던져서 어떤 경우에 해당되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 나무 전문가에 맡겨 가지치기가 이뤄져야 한다.

가지치기의 기준은 나무가 아름다움을 지키도록 존중해주는 것이다. 나무 고유의 품위를 유지하도록 존중해 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성을 잃지 않도록 방어체계를 존중해 주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만족시켜 주지 못하면 올바른 가지치기가 아니다.

최근 민원이 제기된 공원에서의 가지치기는 나무의 생리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 반복적이고 관습적으로 가지치기를 진행함으로써 나무와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설계대로 자르고 있다는 조경업체도 너무 많이 자르고 있음을 알면서도 시행청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 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근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아름답지 않다. 그늘도 없어졌다. 병든 나무들이 죽어가는 흉측한 모습을 봐야 하는 고충까지 겪게 된다. 눈앞의 민원을 해결하지 않을 수 없는 행정기관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주민들을 설득하고 교육해서 바르게 나무를 관리하는 행정의 자세가 필요하다.

민원이 제기된 공원 뿐 아니다. 대다수 공원에 심겨진 나무들은 굵은 줄기가 안 잘린 나무들이 없을 정도다. 거리의 가로수들도 수난을 겪는다. 전선줄 때문이다. 때론 볼썽사납게 변해버린 나무들이 언론에 보도되고 비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고생해서 일하고 비난을 받게 되는 일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일본 교토에서는 공무원과 나무의사, 시민단체가 함께 연구를 해서 가로별 수종별 도심형 수형 만들기를 한다. 가지치기 방법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서울도 비슷한 내용을 만들어 현장에 적용한다고 한다. 울산도 필요하다. 조경전문가라고 하는 조경회사도 더 이상 무차별적으로 나무를 훼손하는 업자가 안 되도록 해야 한다. 선진기술이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전문가와 워크숍도 하고 조경 현장 전문가들과 이론을 겸비한 전문가들이 실험을 통해서 울산현실에 맞는 공원·가로수의 나무 모양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 방법들을 교육해야 한다.

도시민들은 공원의 나무나 가로수를 통해서 쾌적한 삶을 영위하고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건강할 수 있어야 인간이나 다른 생물들도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다. 나무들이 가지치기를 통해서 아름다움과 품위, 방어체계를 잃어버리게 해서는 안된다. 우리 인간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아까운 세금 들여서 심어놓은 나무를 또 돈 들여서 잘라내고 나무의 아픔을 봐야 하는 고통도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을 때 수종선택도 현장 여건에 맞게 골라야 한다. 심어놓은 나무를 관리하는 것 또한 나무를 잘 알고 나무입장에서 해야 한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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