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언제나 정면인 것이어서
이름 모를 해안하고도 작은 갯벌
비껴서 가는 것들의 슬픔을 나는 알고 있지
언제나 바다는 정면으로 오는 것이어서
작은 갯벌하고도
힘없는 모래 그늘

▲ 엄계옥 시인

게걸음을 통해서 지혜를 배우게 하는 시다. 지혜는 지식과는 무관하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사회는 자신의 의지대로만 살면 힘들어진다. 강자 앞을 가로막다가 유배지로 향한 공직자들처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된지 오래다. 작은 갯벌과 힘없는 모래 그늘을 주변인으로 거느린 게는 거대한 바다를 정면 하고 산다. 빽도 학연도 지연도 없는 것이 패기 하나만 믿고 정면 승부를 걸었다가 뒤집히기 일쑤였다. 휩쓸려 고기밥이 되기 직전까지 갔다. 뾰족한 성질 때문에 곧은 길을 두고 에둘러 왔다. 그 과정을 통해서 비켜서는 슬픔을 안다. 이제 게는 바다를 부릴 줄도 안다. 거센 힘을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슬쩍 비켜서는 지혜가 때론 상책일 수도 있다. 강자에 둘러싸인 약자의 생존 방식을 게를 통해 반면교사로 보여 주고 있다. 어디 개인만의 일이겠는가. 나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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