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혼란 겪은뒤 치르는 5·9장미대선
국가 위기상황서 국민 제대로 지켜낼
믿음과 비전을 보이는 지도자 나오길

▲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1990년대 초반 어느 초겨울. 울산시를 포함해 23개 시군 400만 경상남도. 갑자기 천둥번개와 함께 쓰나미와도 같은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 일기 예보조차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 당시 경남도청을 출입하던 필자는 새벽 동이 트기직전 도청상황실에 전화를 걸었다. 신문은 오후에 배달되는 ‘석간’으로 긴급상황 발생땐 새벽 취재가 일상화 되다시피 했기 때문. 새벽녘에 다시 도지사 공관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김혁규 경남도지사는 이미 피해현장을 나선 긴급한 상항. 도내 피해 전역을 패트롤한 김 지사는 나중에 23개 시장군수가 관내 피해 대처를 어떻게 했는지 낱낱히 확인했다. “A시는 시장이 직접 새벽에 나와 포크레인을 진두 지휘하면서 곳곳에 쓰러진 가로수등을 말끔히 치운 반면 B시의 C시장과 D군의 군수 등은 코빼기도 안보였다. 도로마다 엉망이었다”고 했다. 긴급 상황이 발생할때마다 국가 최고 지도자는 물론 단체장의 ‘대국민 안전’ 대처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5·9장미 대선가도에서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던지는 건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으냐”이다. 작금에서 누가 될것 인가 보다는 “이런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더욱 중요하다. 국민안전과 관련된 ‘쓰나미의 현장’등 위기대처를 비롯한 국정해법 능력 등 차기 집권자에 대한 밑그림은 어느 정도는 보여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 5월10일 국회에서 대통령 선서에 이어 곧바로 청와대에 입성하는 ‘새 대통령의 그림’은 아직까진 안개수준이다. 기자가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 회장 자격으로 각당 대선후보를 직접 초청인터뷰를 하면서 일부나마 확인 된건 국정 우선순위로 대략 안보와 경제(일자리 창출) 교육개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법적으로 보장된 정권인수위는커녕 ‘새도우 캐비닛’(그림자 내각)조차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깜깜 상황’에서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고 400조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주멤버들의 세팅에 있지 않을까.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은 대통령의 입맛에 맞춤식으로 임명하면 된다. 하지만 대국민 정책을 직접 펴고 집행·운영하는 콘트롤타워인 국무총리, 라운드에서 직접 뛰는 국무위원은 대통령의 입맛에 맞춘다고 될 일이 아니다. 현재 5당주자 가운데 누가 청와대를 접수한들 총리와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인사청문회를 쉽게 통과하리한 기대는 사실상 ‘연목구어’일 뿐이다. 왜 그럴까? 진정한 협치의 메커니즘은커녕 서로 으르렁 대기만 집중하고 있다. 대선직후 현재의 국회 원내의석 분포(더불어민주당 119·자유한국당 93·국민의당 39·바른정당 33· 정의당6·새누리당 1)때문이다. 더구나 대선에서 추락한 반대편은 반대를 위한 반대는 물론 사사건건 트집을 잡을 가능성은 이미 작금의 대선가도에서 확연하지 않는가? 1998년 DJ정부(김대중)출범후 자민련의 JP(김종필)의 총리인준 무산에 이어 여야간 대립각으로 수없는 총리후보자와 국무위원 후보자가 국회인준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했다. 그 이유는 특별한 도덕성 하자도 었었지만 반대편의 ‘정략적 태클’이 더 컸다는게 정설이다.

여기다 집권초반부터 휘발성이 강한 미국 트럼프정부의 김정은의 전방위 압박과 관련된 북한의 제재수위, 사드문제의 연장선에서 중국과의 해법, 한일 위안부 문제등 산적한 현안이 가로 놓여 있다. 뿐만이 아니다. 대선과정에서 갈라진 민심회복을 위한 국민 대통합은 국정동력의 원천이다. 총리와 국무위원 인사청문으로 난관에 봉착할땐 정무수석과 소속당을 시녀처럼 부리는 구태 지도자가 아닌, 직접 국회로 나와 설득하려는 지도자의 대국민 성실성, 쓰나미와도 같은 천재지변을 비롯해 ‘제2의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을땐 자다가도 맨발로 뛰쳐 나가는 지도자의 상황 판단력과 기민성, 대처 능력을 갖췄는지가 ‘박근혜의 몰락’으로 치러지는 장미대선의 의미다. 하지만 이에 대한 확실한 믿음과 비전은 과연 확인됐을까? 5월10일부터 집권하는 ‘청와대의 밑그림’이 보고싶은 이유다.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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