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루 던지며 “돈 담아” 외치고 총알 한 발 쏘며 위협

▲ 20일 오후 총기 강도사건이 발생한 경북 경산시 자인농협 하남지점 앞에서 취재진이 경찰 감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농협 규모 작아 청원경찰 없어…“책상 밑 비상벨 눌러 바로 대응”

20일 경북 경산 농협에 총을 들고 침입한 복면강도는 5분여 만에 돈을 털어 자전거를 타고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농협 안에 청원경찰은 없었고, 범인은 직원들을 금고에 가둬놓은 채 빼앗은 돈을 들고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농협 등에 따르면 점심시간 직전인 오전 11시 55분께 경산시 남산면 자인농협 하남지점에 복면한 키 175㎝ 안팎인 한 남자가 뛰어들어 왔다.

당시 지점에는 남자 직원 1명과 여자 직원 2명만 있었고 손님은 없었다.

원래 직원 4명이 근무하지만 1명은 정기 건강검진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

범인은 총기를 들이밀고 자루를 던지며 “(돈을)담아”라고 외쳤다.

직원들이 두려움에 떨며 창구에 있던 일부 돈을 담는 순간 총성이 울렸다.

돈을 담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뜻으로 위협한 것이다.

총기는 지점 내부에 있던 복사기 쪽으로 향했고 탄피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다친 사람은 없었다.

이윽고 직원들이 극도의 공포 속에 돈을 담아주자 범인은 자기가 타고 와 지점 앞에 세워둔 자전거를 몰고 유유히 사라졌다.

범인은 농협을 떠나기 전 직원 3명을 창구 뒷면 벽면 쪽에 있는 금고에 가둔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 측은 피해액은 2000만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금고 안에 있던 한 직원이 휴대전화로 상황을 알려 현장에 도착한 본점 직원이 문을 열어줬다”며 “피해액은 우선 2000만 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인은) 우리말이 서툴렀다”는 농협 직원들 말에 따라 외국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주변 공단을 수색하는 등 추적에 나섰다.

이곳 공단에는 섬유제조 등 업체가 들어서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한 주민은 “아침저녁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자전거를 타고 많이 다닌다”며 “저녁이 되면 마을에 있는 마트에 모여 술을 마시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점은 규모는 작다. 이 때문에 보안업무를 담당하는 청원경찰은 없다.

전직 농협 관계자는 “면 단위 소규모 지점에는 평상시 청원경찰을 배치하지 않는다”며 “명절에는 본점에서 더러 파견하기도 한다”고 했다.

경찰은 경산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차리고 CCTV를 분석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사건 발생 30여분 전부터 한 남성이 농협 주변을 서성였다”는 말에 따라 범인이 손님이 드문 시간을 기다린 뒤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 측은 “사건 발생 당시 근무하던 직원들이 책상 밑에 있는 비상벨을 바로 눌러 대응했다고 들었다”며 “자체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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