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한 법원행정처장 “전국 법관 참여 통해 의견 모을 것”

▲ 대법원.

설문조사, 위원회·협의체 구성, 외부 의견 수렴 등 거론

사법부 고위법관이 사법개혁 학술행사 축소를 일선 법관에게 지시했다는 법원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해 대법원이 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전국 법관의 의견을 모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고영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20일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을 통해 전국 법관들에게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과 문제점을 소상히 파악하고 건설적인 방향까지 제시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합당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법제도 관련 논의의 공론화와 법원행정처 업무처리 시스템과 관행 개선 등 조사위가 제안한 사항뿐만 아니라 드러난 여러 문제점에 대해 오늘부터라도 개선 노력을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고 처장은 “속도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법관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이에 기초해 전국 모든 법관이 수긍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 열린 마음과 낮은 자세로 모든 분의 지혜와 참여를 기다리겠다”며 “앞으로 진행될 구체적인 제도개선 논의의 경과 등에 대해서도 법관 여러분께 가감 없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전국 판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하거나, 위원회·협의체 등 기구를 구성하는 방안,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형태로 의견 수렴 등 다양한 방법이 거론된다.

앞서 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는 18일 대법원 고위간부인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학술대회와 관련해 여러 방법을 동원해 특정 판사에게 연기 및 축소 압박을 가한 점이 확인됐다며 이는 부당한 행위라고 발표했다.

또 행정처가 법관의 학술연구회 중복 가입을 금지한 예규를 강조한 조처도 “기존 예규에 따른 집행이기는 하나 시급성과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아 연구회 또는 학술대회를 견제하기 위해 부당한 압박을 가한 제재로서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2월9일부터 전국 법관을 상대로 ‘사법독립과 법관인사 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고, 관련 학술행사를 준비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행정처가 학술행사 축소를 일선 법관에게 지시하는 등 압박했다는 의혹이 일자 진상조사위가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가 있었다거나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일각의 의혹 제기는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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