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소장자 의견 차이 재확인…문화재청 “더는 기다릴 수 없다”

▲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2015년 3월 소장자 배익기씨의 집에 불이 났을 때 아래쪽이 탄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이 20일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씨를 접촉했으나 서로 의견 차이만 확인했다.

문화재청은 배씨와의 면담을 중지하고, 다음달 중에 상주본을 돌려받기 위한 법적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최종덕 문화재청 문화재정책국장 등 3명은 이날 경북 상주에 있는 배씨를 찾아가 10여분간 면담했으나 대화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최 국장은 낙동면사무소 소회의실에서 배씨에게 “훈민정음 상주본 소유권은 정부에 있다. 상주본을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최 국장은 “상주본 1차 소장자인 조모씨가 숨지기 전에 국가에 헌납한다고 했고, 배씨는 이를 훔쳤기 때문에 소유권은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씨는 “(최 국장은) 민사재판 결과를 갖고 얘기하는 것이고, 형사재판에서는 본인의 절도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소유권에 대해 운운하지 말라”며 “절대 내놓을 수 없다”고 했다.

최 국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20여 차례 배씨를 만나 설득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며 “오늘 배씨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고,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주본은 소유권이 국가에 있어서 배씨에게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물품”이라며 “법률 전문가들과 물품인도청구소송, 문화재 은닉 혐의 고발, 강제집행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장자 배익기씨.

문화재청은 지난해 12월 대구지방법원에서 훈민정음 상주본에 대한 승계집행문을 받았고, 올해 세 차례 배씨에게 상주본 인도요청서를 보냈으나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다.

앞서 4·12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배씨는 지난 10일 아래쪽이 그을린 훈민정음 상주본의 일부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 공개했다.

그는 2015년 3월 자신의 집에 불이 났을 때 상주본이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처음 세상에 알려진 훈민정음 상주본은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과 동일한 판본으로 알려져 있다.

간송미술관 소장본에는 없는 연구자의 주석이 있어서 학술적 가치가 더 높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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