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마당 가득 꽃이 필 때면
자식들 생각에 속앓이하실 어머니
이번 5월연휴엔 효도여행 떠나볼까

▲ 김종국 서울도시철도공사 고객서비스본부장(직무대행)

청명과 한식이 지나고 농사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곡우가 되면 어머니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밤이 깊어 잠자리에 들 때마다 고향 달처럼 반가운 어머니의 얼굴이 문득 떠오르곤 한다. 창을 열면 밤바람에 그리운 어머니의 체취가 묻어오는듯하여 늘 기도하는 심정으로 건강을 기원하며 잠을 청한다. 뒤척이는 꿈속에서도 객지의 밤바람은 여전히 차가운데 어젯밤 마음껏 흘린 눈물을 베개에 담아 숨기고 곡우 날 아침을 맞았다. 교편을 잡으시던 아버지께서 일찍 세상을 뜨신 이후 큰 형에 이어 작은 형이 몇 해 전 곡우 무렵에 그리 길지 않은 생을 접던 날, 어머니 몰래 장례를 치르는 동안 홀로 병원에 입원해 계셨던 어머니는 나중에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

어머니께서 어쩌다가 잠시라도 집을 비우시면 시골집은 그야말로 꽃도 한마당, 풀도 한마당이다. 병원에 입원하실 때 마다 잠시 틈을 내어 시골집 텃밭의 잡초를 뽑다가도 “내가 얼른 죽어야 너희들이 편할 텐데 내가 두 자식을 앞세우고 염치없이 너무 오래 사나보다”라시던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라 먼 하늘을 오래도록 쳐다보기도 했었다. 서너 해 전 아버지 제사로 온 가족이 모인 날도 오랜만에 피워보는 모깃불 앞에서 “내가 죽고 나면 같이 못자니 오늘은 우리 모두 한 방에서 자자”는 말씀에 괜히 모깃불이 매운 척 하며 눈물을 훔쳤었다. 다음 날 아침에 어머니가 앞마당의 꽃을 보며 시조를 읊듯 들려주신 말씀은 한편의 시처럼 노래처럼 아직도 우리 형제들의 마음에 기억되고 있다. 우리들은 이것을 ‘어머니의 꽃밭’이라 부른다.

“너희들은 꽃을 보면 뭐가 생각나노. 향기롭고 예쁜 꽃을 보면 기분이 절로 좋제? 온 마당에 가득한 꽃나무가 해마다 철마다 꽃과 향을 뽐내고 벌과 나비도 함께 춤을 춘다마는, 홀로 사는 내사 사립 밖에 오얏꽃이 하얗게 피면 작년에 죽은 둘째가 생각나고, 저 밭둑에 접시꽃 붉은 꽃망울이 맺히면 너희 아버지 제사 장을 보러가야 되는데 어릴 때 잃어버린 니 동생 생각에 버스를 두 대나 놓친단다. 축 밑에 황국은 언제쯤 피드노. 올 가을에는 작년처럼 잊어버리지 말고 포기 채 두어 뿌리 실한 걸로 골라서 니 큰 형 산소 옆에다 미리 심어 주거라. 꽃은 언제 보아도 늘 아름답지만 꽃도 사람도 언젠가는 꼭 지는 날이 있단다. 너희들은 꽃을 보면 누가 생각나노.”

해 마다 이맘 때 즈음이면 어머니께서는 속이 불편하다. 소화가 잘 안되고 식욕이 없으시다는 전갈은 자식들이 보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은 다행히도 때로는 매운탕을 어떤 날은 즐기시는 쇠고기와 함께 밥 한 공기를 다 드신다니 참으로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5월 초순에는 대통령 선거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어 징검다리 연휴라 모두들 다소 들뜬 마음인가 보다. 정부에서도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해 해외여행보다는 국내 여행을 적극 권장하는 입장이다. 마침 5월이 가정의 달이니 우리 모두 효도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아이들과 함께 어머님을 뵈러 갈 생각을 하니 은근히 들떠 5월이 더욱 기다려진다.

지금 시골집에는 꽃도 한마당, 풀도 한마당이라는데, 어머니의 맘속에는 여전히 자식들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근심이 한마당일 듯하다. 효도 선물로 어머니의 한약을 준비하며 근심을 덜어드릴 묘약도 함께 찾아보아야겠다.

김종국 서울도시철도공사 고객서비스본부장(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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