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중 사회부 차장

김복만 울산시교육감을 옥죄던 법 위반혐의 굴레가 더욱 견고해졌다. 지방자치교육법 위반 등의 혐의로 1·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고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던 김 교육감이 이번에는 학교 시설공사와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결국 구속됐다.

지난해 말 지방자치교육법 위반 사건때 자신의 결백을 밝히겠다던 김 교육감의 의욕과 달리 이번에는 교육청 압수수색, 검찰 소환조사, 사전 구속영장 청구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결국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울산 교육계는 또다시 ‘비리 교육청’ 소용돌이에 휩싸여 패닉상태다.

교육감만 되면 잇따라 법 심판대에 오르는 모습에 시민들은 물론 교육계 내부에서 조차 실망감을 넘어 분노로까지 표출된다. 이러한 충격파는 교육청보다는 지역교육지원청, 지원청 보다는 학생들과 접촉빈도가 높은 일선학교에서 더 강하게 느껴진다.

교육감은 지역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교육인프라 확충과 학생 진로강화, 인성교육까지 책임지는 교육계 수장이다. 그런 사람이 선거비 과다 보전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것도 모자라 추가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마당에 어떻게 학생들에게 청렴과, 도덕, 명예를 가르칠 수 있겠느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아이들 보기가 부끄러워 교단에 설 자신이 없다” “‘울산 교육이 왜 이렇게 됐나’는 학생들의 질문에 무슨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 우리 선생님들이 학생들 보기가 민망하고 부끄러워 자책하며, 고개를 숙여야 하는가. 또 아이들은 무슨 잘못으로 이런 혼란한 교육현장에 내몰려 수업을 받아야 하는걸까. 정말 고개를 숙여야 할 주체는 누구일까.

한 평생 ‘청렴’만을 실천해 온 수많은 울산의 교사들과 학생, 시민 모두에게 치유의 손길이 필요하다. 전교직원이 청렴실천서에 서약하고 실천을 다짐한들 앞으로 누가 믿어줄 것이며, 비리로 얼룩졌는데 학생들에게 명예와 도덕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무기력증이 교실로 확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어느 분야보다 깨끗하고 투명해야 할 교육에서 희망과 청렴이 사라지고 비리와 의혹만 커지면 그 사회는 도약보다 도태, 믿음보다 불신이 팽배해질 수밖에 없다.

울산시교육청이 부교육감 직무대리 체제로 전환되는데, 행정공백 최소화와 함께 혼란스러운 교육가족의 마음을 추스리는 작업(?)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언제까지 부교육감 체제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정치인도 아닌데다 지연, 학연에서 보다 자유로운 부교육감 직무체제가 새로운 청렴교육의 기반을 다지는 시작점이 될수도 있다.

‘깜깜이 선거’ ‘로또선거’라 불리기도 하는 현재의 선거제도 아래 교육감들이 줄줄이 직을 상실하거나 상실 위기에 놓이고 있는 실태에 대해서도 교육계가 앞장서 개선책을 논의해 볼 필요도 있다.

울산 교육당국은 이제라도 ‘지워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보다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부정·부패·비리를 지워, 그곳에 교육종사자와 시민들이 검증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을 강화해 희망의 씨앗을 지켜내야 한다. 그래야만 울산지역 학생들에게 부끄러움 없이 미래와 교육을 가르칠 수 있다. leehj@ksilbo.co.kr

이형중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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