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치부장

마가다국의 왕이 기원정사에서 석가모니의 설법을 청해 들을 때 많은 불자들이 값비싼 기름등잔을 공양물로 올렸다. 그러나 ‘난타’라는 가난한 여인은 가진 것이 없어 애를 태우다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 작은 등 하나를 마련하고 부처님이 지나가는 길목을 밝혔다. 그런데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자 다른 모든 등은 꺼졌으나 난타의 등만은 꺼지지 않았다. 이에 석가는 난타의 지극한 신심을 찬탄하며 30겁년 후에 ‘수미등광여래’가 될 것이라는 수기(受記, 부처님으로부터 내생에 부처가 되리라는 예언을 받음)를 내렸다.

이 이야기는 현우경(賢愚經)에 ‘빈자일등(貧者一燈)’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불교에서는 중요한 행사 때 향·등·꽃·과일·차·쌀 등 6가지 공양물을 부처님께 올린다. 이를 육법공양(六法供養)이라고 하는데, 이 중 등(燈)은 어둠에 싸인 중생의 무명을 밝힌다는 의미에서 으뜸으로 친다. 그래서 반야등(般若燈)이라고도 부른다.

연등축제가 21일부터 23일까지 태화강 일원에서 열려 1만여 개의 등이 울산을 훤히 밝혔다. 연등은 보통 연꽃 모양으로 만들기 때문에 蓮燈(연등)으로 쓰기 쉬우나 사실은 탈 연(燃)자를 쓴다.

 

등불을 밝혀 무명을 깨우친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무명을 깨우친다는 의미가 속세의 진흙탕 속에서도 연꽃처럼 고고한 깨달음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보면 蓮燈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또 연등은 하나만 내거는 일이 없다. 수많은 연등이 줄줄이 내걸려 화려한 불꽃의 바다를 이룬다.

안개꽃이 한송이 한송이 모여 아름다움을 연출하듯, 연등도 작은 소망들이 한 데 모여 큰 서원(誓願)을 이루어내고 그 서원이 마침내 불국토를 만들어 낸다. 그런 의미에서 연등은 連燈(연등)이라고 해도 무방할 게다.

5월3일은 부처님 오신날, 5월9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연등에 담은 소망 하나하나를 간절하게 투표지에 새겨 넣을 일이다. 그러면 나라가 바뀐다. 이재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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