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경영진 접촉ㆍWD 제휴ㆍ일본 재무적투자자 유치 관측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부문 인수를 위해 24일 일본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격 경영’ 행보가 두드러진 최 회장이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업계의 핫 이슈가 된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의 판도를 SK하이닉스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검찰 수사에 따른 출국금지 조치가 4개월 만에 풀린 뒤 첫 해외방문으로 일본을 선택했다.

최 회장은 일본에서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를 위해 다각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 회장이 도시바 경영진을 만나 SK그룹의 반도체 사업 비전을 설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1차 입찰 실시 이후 도시바를 처음 방문한다”면서 최 회장이 도시바 반도체의 주력 거점인 미에(三重)현 욧카이치(四日市)공장에 투자와 고용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시바의 오랜 반도체사업 파트너인 웨스턴 디지털(WD)과 접촉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미국 반도체기업인 WD는 2000년부터 도시바 욧카이치공장에 투자하는 등 수년째 도시바와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공장의 장비 구입에만 1조 4000억 엔(약 14조 40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WD는 최근 도시바에 독점 협상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도체사업 매각을 WD와 먼저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에 따라 현재 일본을 방문 중인 마크 롱 WD CFO(최고재무책임자) 등과 만나 제휴를 제안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WD가 도시바가 오랜 협력관계를 맺어온데다 일본 관계와 재계도 도시바 반도체 인수 후보로서 미국 기업을 탐탁하게 생각하고 있는 만큼 상당한 이점이 있기때문이다.

WD는 최근 일본 관·민 펀드와 손잡는다는 보도도 흘러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베인캐피털과도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베인캐피털은 사모펀드(PEF)여서 재무적 투자자(FI) 성격에 가까운 만큼 WD와의 제휴에 걸림돌이 되진 않는다.

최 회장은 또 일본계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활동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라는 핵심기술을 외국에 넘긴다는 일본 정부와 재계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것이다.

 

SK그룹 내부에선 이번 도시바 인수전에 대한 각오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새 주력엔진으로 부상한 SK하이닉스의 역량을 비약적으로 키울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로선 도시바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크지만, 도시바가 중국 업체 등 경쟁사에 넘어갔을 때 받을 충격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가 업계 2위의 탄탄한 위상을 확보한 D램 반도체 시장과 달리, 낸드플래시 업계에서 SK의 위상은 4∼5위에 그친다.

낸드플래시의 원조이자 현재 시장 2위인 도시바를 놓칠 경우 급성장이 기대되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입지가 크게 후퇴할 수 있다.

SK그룹 내부에선 그동안 여러 건의 대형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이력이나, SK텔레콤이 수차례 주파수 경매에 참여하며 쌓은 경매 노하우 등이 이번 인수전에서 유용한 전략자산으로 활용될 것이란 자신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는 SK하이닉스 외에도 대만의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미국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반도체회사 브로드컴의 연합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훙하이는 예비입찰에서 무려 3조 엔(약 31조 5000억 원)을 써낸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이는 2조 엔(약 21조 원)을 입찰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SK하이닉스보다 무려 1조 엔이나 많은 액수다.

다만 중국계 기업에 핵심 반도체 기술을 넘길 수 없다는 게 일본 정·재계의 기류다.

최 회장은 최근 “도시바와 협업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SK하이닉스에 도움이 되고 반도체 고객에게 절대로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도시바와 협업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알아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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