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축제로 승화, 노력 뒤따라야
옛 명성 회복 노력…28만명 발길

▲ 김영철 울주군의회 건설복지위원장

작천정 벚꽃길은 수령 70~80여년 식재된 왕벚나무 300여그루가 1㎞ 가량 터널을 이루고 있다. 나무가 크고, 가지가 늘어져 만개시 벚꽃 터널 속에서는 하늘을 볼 수 없을 만큼 장관을 이룬다.

인근에 있는 ‘청사대’에서 울산지역 인사들이 독립운동을 논의했는데, 당시 일본 경찰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이곳에 벚나무를 심었다는 나름의 역사와 전통도 갖고 있다.

때문에 매년 수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등 울산은 물론 영남일대를 대표하는 벚꽃길 명소로 손꼽혀왔다. 하지만 이 같은 명성은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퇴보하고 말았다.

벚꽃 개화기에 맞춰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장사치들로 벚나무는 훼손되고, 행락질서는 파괴돼 벚꽃터널의 아름다움은 빛을 발하지 못했다.

벚나무 아래에는 빈틈없이 천막이 쳐지고, 수많은 평상이 늘어져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장사치들이 경쟁하듯 높여 놓은 스피커 소리는 옆 사람과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주객이 전도되어 조용하게 봄꽃 정취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기피 장소가 되어버렸다.

뒤늦게 작천정 벚꽃터널의 아름다움을 다시 주민들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지역주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하지만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예산, 노력이 뒤따랐다.

울주군은 벚꽃길 정비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주변 사유지를 사들인 뒤 벚나무 보호에 나섰다. 보도를 깔끔하게 정비하고, 야간 운치를 더해 줄 조명도 설치했다. 차후에 인근에 다목적 광장과 운동장, 주차장 건립도 계획 중이다.

벚나무 아래 진을 치던 난전들도 일단 벚꽃길 밖으로 분리시켰다. 노점행위 자체가 불법이긴 하나 떠돌이 상인들과 지주들 간의 부지임대는 오랜 기간 이어져온 그들만의 관행이기에 행정의 관리권 내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허용해 마찰을 최소화했다. 축제도 예산을 들여 새로운 공공페스티벌 성격의 축제로 바꿨다.

그렇게 올해 작천정 벚꽃축제는 새롭게 시작됐다. 궂은 날씨 탓에 개화시기가 늦어지면서 많은 걱정을 했으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벚꽃이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면서 일대는 인산인해를 이뤘으며, 축제기간 28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올해 축제가 성공적이었다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인터넷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이 기간 작천정을 찾은 방문 후기들을 살펴봐도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평가가 많으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옛 명성회복을 위한 첫 단추는 비교적 잘 꿴 것 같다고 평가하고 싶다. 지면을 빌려 축제 준비에 노고를 아끼지 않은 관계자들과 축제장을 찾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이젠 제대로 된 진단을 통해 축제의 방향성을 모색해야 할 때다. 타 지역 장사치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은 바꿔야 된다. 그들 또한 축제의 일부분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메인이 되어선 안 된다.

여기에다 지역의 특산품과 먹거리를 축제를 통해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단순 벚꽃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축제로 승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도 필요해 보인다.

그 가능성을 본 만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잘만 다듬는 다면 전국적인 축제로 거듭나 지역의 관광활성화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것이라 확신한다.

김영철 울주군의회 건설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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