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도 못버티는 ‘백년대계’ 교육정책
사람을 바꾸려면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새 대한민국 위한 교육 회생정책을 기대

▲ 정명숙 논설실장

교육은 백년대계라 했는데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백년은커녕 5년도 못간다. 광복이후 16차례나 입시제도가 바뀌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입시위주의 교육을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유럽의 국가로부터 ‘한국의 교육이 세상에서 가장 경쟁적이고 고통스런 교육’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각별한 교육열이 대한민국 성장의 주요 동력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바꾸어야 할 적절한 시점을 놓쳐버린 탓에 지향점을 잃어버린채 과도한 교육열만 그대로 남아 국민을 피폐(疲弊)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도 우리 교육의 문제점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돈이면 학점도 딸 수 있는’ 황금만능주의는 물론이고 ‘점수로만 사회적 지위를 획득한 인간’들의 몰염치(沒廉恥)와 몰인성(沒人性)은 바로 잘못된 우리 교육이 만들어낸 사회현상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선 교육공약만 보고 투표하겠다고 작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정치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뀌고, 정치를 바꾸려면 정치인(사람)을 바꾸어야 하고, 사람을 바꾸려면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 교육에는 ‘사람’이 없다. 실수와 경쟁을 유발하기 위해 교묘한 기교를 부린 문제지가 사람을 평가할 뿐이다. 그로 인해 ‘돈=학벌’만 남았다.

우리나라 학생 67.8%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통계청 2016년)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월소득 100만원 미만의 가정은 자녀 1인당 6만6000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했지만 월소득 700만원 이상 가정은 42만원을 썼다(통계청 2015년). 공교육의 부실이 곧 교육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십년전부터 눈치 빠른 정치인들은 공교육 정상화를 통해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건만 ‘백약이 무효’했다. 19대 대선 후보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눈여겨 볼 공약이 없진 않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교육공약 가운데는 1수업 2교사제와 고교학점제­수강신청제가 새롭다. ‘한국형 네트워크 대학’이라는 공약에도 관심이 간다. 국·영·수가 아니라 좋아하는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공부 잘하는 학생이 된다. 다양성이 회복되면서 사교육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전국 공립대학의 공동학위제를 통해 대학 서열화가 완화되면 수도권 집중이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교육 공약 중에는 학제개편이 주목된다. 5(초)­5(중등)­2(진로탐색 또는 직업학교)­4(대학)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중등을 졸업하고 2년의 진로탐색기간은 인생을 결정짓는 소중한 시간이 되면서 교육의 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촘촘한 실행계획이 없으면 자칫 시간낭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교육격차 해소를 통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역동성 있는 사회재건을 공약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수강신청제와 무학년제, 자유학년제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일반고 무학년제, 수능 절대평가, 대학네트워크 3단계 등을 제안했다.

필자는 2003년 9월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지방언론사 간부들의 간담회에 참석해 교육제도 개선에 관해 질문을 했었다. 노대통령은 “정치, 경제, 노동, 복지 그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해법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교육에는 그 어떤 방안도 내놓을 수가 없습니다. 어떤 방안을 제시해도 우리나라 학부모들을 또 다른 사교육을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진정성이 누구보다 강했던 노대통령의, 마치 고해성사 같았던 답변이 아직도 생생하다. 14년이 흘렀다. 어떤 후보가 우리 교육을 살릴 수 있을까.

정명숙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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