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 아기 맡겼다” 거짓말…취학아동 실종 수사에 7년만 들통

▲ 부산 금정경찰서.

사이비 무속신앙에 빠진 지인의 말만 믿고 생후 6개월 된 아기를 상대로 ‘액운 쫓는’ 의식을 하다가 숨지자 무참하게 시신을 훼손한 비정한 친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상해치사와 시신손괴·유기 혐의로 원모(38·여) 씨를 구속하고 원 씨의 제부 김모(35)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 사건 범행을 주도한 원 씨의 지인 김모(2011년 사망 당시 51세·여) 씨의 딸(30)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이 낸 자료를 보면 원 씨는 2010년 2월 아들을 낳아 홀로 기르다가, 교사 출신으로 사이비 무속신앙에 빠진 것으로 알려진 김 씨에게서 “아기에게 액운이 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원 씨는 2010년 8월 2일 저녁 부산 금정구에 있는 김 씨 오피스텔에서 생후 6개월 된 아들을 상대로 향불을 이용한 ‘액운 쫓는 의식’을 하다가 아들을 숨지게 했다.

향불로 20여분 간 상상하기 힘든 가혹 행위를 아기에게 한 사람은 김 씨였고, 원 씨는 김 씨의 지시에 따라 귀를 막은 채 벽을 보고 서 있었다.

다음 날 새벽 아기가 숨지자 범행이 들통날 것을 걱정한 김 씨는 원 씨 등에게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시신을 유기하자”고 지시했다.

이들은 원 씨 제부와 함께 시신을 차에 싣고 경북 경산에 있는 야산으로 가서 시신을 불에 태운 뒤 유기했다.

원 씨의 지인 김 씨의 딸은 액운을 쫓는 의식을 하다가 아기가 숨질 때 함께 있었고 시신을 야산으로 옮기는 것도 도운 혐의(상해치사방조·시신유기 방조)를 받고 있다.

김 씨는 범행 후 경남에 있는 한 사찰에 ‘아기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며 위패를 모시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원 씨 아들에게 액운이 들었다고 말한 지인 김 씨는 2011년 지병으로 숨졌다. 7년 동안 묻혀 있던 이 사건은 올해 1월 원 씨의 아들이 초등학교 취학 예비소집일에 불참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경북 경산에 있는 초등학교가 경찰에 원 씨 아들 소재 확인을 요청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 수사를 받은 원 씨는 “2010년 8월 병을 치료하려고 절에 들어가면서 부산에 사는 지인 김 씨에게 생후 6개월 된 아기를 맡겼는데 김 씨가 숨지면서 연락이 끊겨 아기의 소재를 알 수 없다”며 거짓말을 했다.

경찰은 아기가 실종됐는데도 7년 간 실종 신고를 하지 않은 점, 원 씨가 미혼모 보호시설에 들어가면서 쓴 입소 사유가 실제와 다른 점 등을 수상하게 여기고 친엄마 원 씨와 사건 주변 인물 등을 광범위하게 수사하다가 사건 전모를 밝혀냈다.

범행을 부인하던 원 씨는 “아기를 상대로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무척 후회스럽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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