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없이 일도양단 해결책 제시 우려
북핵 등 당면과제 해법 지혜 모으고
보수의 생각·고민 이해할 후보 절실

▲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정통 보수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현재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름대로 그 존재의 이유와 의미가 있으며 역사적 발전 과정의 현실적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의 제도를 급진적으로 변경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식으로, 제도를 변경하기전에 왜 현재의 제도가 그렇게 정착되었는지, 그 제도로 인한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잘 분석, 변경할 경우의 부작용을 면밀히 파악해 급진적 혁명 대신 개혁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시정하며 발전을 도모한다. 그것이 정통 보수이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의 TV토론을 보면서 스스로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통령 후보가 우리 사회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국가기관에 대해 자기가 당선되면 함부로 없애거나 본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조치를 하겠다는 발언을 주저없이 함에 대해 본능적 거부감을 느끼며 불안해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기소는 정통 보수의 잘못이 아니다. 구 소련에서도 1985년 고르바쵸프의 정권이 등장하면서 이른 바 페테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가 추진됐다. 이는 소련의 스탈린식 체제의 한계에서 비롯된 올바른 개혁이었다. 분명히 역사 발전에 따른 바람직한 노선이었지만 그 개혁과 개방의 결과 등장한 옐친에 의해 보다 급진적이고 광범위한 개혁을 요구당했고 이로 인해 고르바쵸프는 마침내 실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고르바쵸프는 자신이 선택한 소련의 개혁과 개방 정책의 성공적 결과로 인해 희생이 된 것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은 정통 보수 세력의 단합 결과였다. 이에 따라 탄생한 보수 정권의 정책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도 지속적으로 민주화되고 법치주의가 자리를 잡아 감에 따라 과거에는 용인됐던 대통령이나 정권 주변의 잘못된 관행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게되었고 그에 따른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결국 민주와 법치의 성공적 발전으로 인해 잘못된 관행이 처벌된 것이지 보수 정권의 정책의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기에 그를 선택한 정통 보수 또한 자책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보수는 다시금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 나라를 향후 5년간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데 이러한 보수의 생각과 고민 및 불안을 이해하는 대통령 후보가 잘 보이지 않는다.

검찰, 청와대,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개혁 방안에 대해 말해 달라는 TV 토론 사회자의 요청에 단 한명의 후보도 당선되면 전문위원회를 만들어 공청회 등을 거쳐 현 제도의 공과와 제도 변경시의 문제점 등을 심사숙고한 후 결정하겠다는 진지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대신 자신들이 전지전능한 것처럼 일도양단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들의 말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로인한 폐해가 국가에 미칠 부작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러한 변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없이, 사회자가 낸 퀴즈에 대한 정답을 빨리 맞추는 경쟁을 하는 것과 같은 모습에서 우리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치가 단지 몇 개의 정당이나 정치적 집단이 서로 겨루어 그 중 한 세력이 정권을 쟁취하는 게임이라면 그들은 충분히 훌륭한 정치인일 것이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세력과 집단들이 각자 다른 이해 관계와 정책에 대한 이견 등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율하면서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기초위에 다수결에 의한 결정으로 사회적 통합을 지속하는 것이 정치라면 참으로 훌륭한 정치 지도자를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위기는 중차대하다. 서로에 대한 꼬투리를 잡고 후보 사퇴를 강요하는 코미디를 연출하는 것 보다 북한 핵개발 등 당면한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 지에 대해 서로 진지하게 의견을 밝히고 지혜를 모으는 모습을 보이면 정통 보수가 단합, 그를 차기 대통령으로 지지할 것이다.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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