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선거국면에 들어서면 사회가 어수선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한반도 정세도 “복잡하고 민감하고 고도로 긴장”돼 있다. 어느 때보다 공직사회의 기강 확립이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울산지역의 공직사회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공직자의 갑질과 공무원의 횡령사건이 전국 뉴스로 등장했다. 그것도 분명 사라져야 할 대표적 사례의 구태와 부패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갑질의 주인공은 울주군의원이다. 술에 취해 택시에서 내리지 않자 기사가 경찰을 불렀고 그 군의원은 출동한 경찰에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멱살을 잡고 다리를 걷어차는 폭행을 했다. 울산지법은 그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더 엄중한 처벌이 아쉽다. 그는 분명 주민들의 심부름꾼이 되겠다면서 표를 구했던 선출직이 아니던가. 그런데 배지를 달자 분수에 어울리지도 않은 ‘갑질’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사건으로 불거지지 않았을 뿐 이 정도야 너무 흔한 일이어서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사회에나 있을 수 있는 특정인의 잘못을 두고 싸잡아 집단을 매도해서도 안 되지만 지방의원들의 이같은 갑질을 결코 가벼운 잘못으로 여겨서도 안 된다. 특정인의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면 건강한 조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방의원들의 자질 향상 없이 지방자치의 수준을 높일 수가 있겠는가. 동료의원들도 그를 감싸고 들어서는 안된다. 반드시 자체적인 징계를 통해 의회 스스로 엄중한 품격을 유지했으면 한다.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은 울주군의 한 공무원이다. 수재의연금으로 받은 주유상품권을 현금화해 8000만원이나 횡령한 혐의로 울주경찰서가 수사중(본보 4월25일자 7면 보도)이다. 재난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이 공무원은 태풍 피해 복구공사업체들로부터 수백~수천만원을 빌리고는 돌려주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공무원은 경마에 빠져 많은 빚을 지고 있었고 이미 동료공무원들에게도 많은 돈을 빌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셈’이니 울주군의 공직기강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뒤늦게 감사를 시작한 울주군은 “수재의연금 배분을 혼자 처리했고 다른 직원들과 업무연계가 없어서 같은 사무실 안에서도 이를 알았던 직원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태풍 차바로 인한 울주군지역 피해자에게 지급된 수재의연금은 현금 36억원과 주유상품권 3억1580만원에 이른다. 시급한 처리가 절실했던 수십억원의 수재의연금 배분을 담당계장 혼자서 처리하게 하는 안일한 행정시스템도 문제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혹여 울산의 공직사회에 만연해 있는 기강해이의 일부가 드러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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