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진 서울산보람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년 전 울산 119상황실에서 응급진료상담사로 당직을 서고 있을 때 구급상황실로 다급한 목소리의 아이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아이가 식탁 위에 놓여있던 포장 김 방부제를 먹은 것 같은데 병원에 가서 진료를 봐야 하냐’는 문의였다. 아이가 방부제를 가지고 놀고 있는데, 정확히 먹었는지는 모르는 상태였다. 아직 두 돌이 되지 않아 아이에게 방부제를 정말 먹었는지는 물어볼 수 없었다.

포장 김 속의 방부제는 먹지말라고 적혀있으나, 무독성 물질이다. 만약 아이가 먹었다고 하더라도 무해하며,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음을 설명하고 소동이 마무리 됐다. 단순 소동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그 사이 보호자는 이런 저런 걱정들을 해야 했고, 늦은 시간 어린 아이를 데리고 병원 응급실을 찾는 수고를 할뻔 했다.

이처럼 6개월에서 3세 사이의 아이들은 호기심에 주위의 물건들을 만지고, 입안에 넣거나 때로는 삼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의 입에 들어갈 만한 크기의 물건 가운데 아이가 먹어서 곤란한 것은 주위에 두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가끔 아이가 호기심에 물건을 삼키는 일이 발생한다. 우리 주위 물건 중 많은 것은 의학적 치료를 요하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일부는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동전 같은 경우는 동전의 크기와 환아의 상태를 지켜보며 판단할 수도 있으나, 자석이나 원통형 배터리 등은 즉시 제거가 필요하다.

이물질은 걸린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식도에 이물이 걸리게 되면 30% 가량은 무증상이나, 목 부위의 통증, 과도한 침 흘림, 삼킴 곤란, 식사 거부, 구역 등의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뾰족한 이물에 의해 천공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종격동염, 복막염이 발생하면 발열, 흉통, 복통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위장 및 장에 이물이 있는 경우 90%는 문제없이 지나가게 된다.

삼키는 능력이 미숙한 어린 아이들은 단추나 알사탕같이 작은 것을 먹다가도 숨구멍에 걸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물건을 삼킨 아이가 갑자기 숨쉬기 힘들어하거나 침을 자꾸 흘리면 바로 병원을 찾거나, 심한 경우 119로 연락을 해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특히 땅콩 같은 것은 기도로 들어가면 당장은 숨을 쉬는데 문제가 없더라도, 두고두고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에게 주지 않는 것이 좋다.

박형진 서울산보람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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