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면담 강행에 반발…獨장관 “심히 유감”

▲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예루살렘을 방문한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과 예정된 만남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이스라엘의 정착촌 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양국 관계가 더욱 냉각할 조짐이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25일 예루살렘을 방문한 가브리엘 장관이 이스라엘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인권단체들과 만남을 강행하기로 하자 예정된 회담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가브리엘 장관은 이날 오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과 정착촌 건설에 반대하는 단체인 ‘브레이킹더사일런스(침묵 깨기)’와 브첼렘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었다.

외무장관을 겸직하는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가브리엘 장관이 이들 단체와 만남을 강행하면 회담을 취소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회담 직전 일정을 취소한 뒤 기자들에게 “나의 정책은 분명하다”며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스라엘 병사들을 비방하고 그들을 전범재판에 회부하려는 외교관들은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독일과는 여전히 굳건하고 중요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실도 성명을 통해 “미국이나 영국을 방문하는 외국 외교관들이 미국과 영국 병사들을 전범이라고 주장하는 비정부기구(NGO)들을 만난다고 가정해보라”며 “외교관들이 시민사회 대표들을 만나는 것은 환영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병사들을 전범으로 처벌하라고 요구하는 단체들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람은 만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브리엘 장관은 회담 취소 후 기자들에게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히고, 그러나 그는 네타냐후 총리를 다른 곳에서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일이 양국 외교관계의 파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장관은 그러면서도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독일 공영 방송 ZDF와 회견에서 “외국 방문 중 시민사회 대표들과 만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며 “네타냐후 총리가 독일을 방문해 독일 정부를 비판하는 자들을
만난다고 회담을 취소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외국 외교 사절과 갈등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월에도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가 이스라엘을 방문해 브레이킹더사일런스 관계자들을 만나자 이스라엘 주재 벨기에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그러나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지난달 이스라엘의 정착촌 반대 NGO인 ‘피스 나우’ 관계자들과 접촉했을 때는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독일이 유럽에서 이스라엘의 강력한 우방이지만 이스라엘의 정착촌 정책에 대해선 비판적 태도를 지켜왔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최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유지에 건설한 수천 채의 정착 가구들을 소급 합법화하자 이를 문제 삼았으며, 이로 인해 양국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건설한 정착촌은 국제법상 불법이며, 국제사회는 평화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이라고 비판해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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