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규정 즉시 시행 들어가
시청자 제보 등 더 논의키로

▲ 영국 R&A와 미국골프협회가 일명 ‘렉시법’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연장전이 끝난 후 렉시 톰프슨이 그린을 벗어나고 있는 장면. 연합뉴스

이제는 TV 중계에서 골프 선수의 규정 위반이 발견되더라도, 무조건 벌타로 이어지지는 않게 됐다.

골프채널은 골프 규정을 관할하는 영국 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일명 ‘렉시법’이라 불리는 규정 변경 내용을 26일(한국시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새로 도입된 이 규정은 즉시 시행한다. 비디오 기술력보다는 선수의 정직성에 더 무게를 두고 벌타 부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렉시법의 핵심이다.

비디오 재생 화면에서 선수의 규정 위반이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규정위원회가 ‘이 위반 사실은 맨눈으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해당 선수는 벌칙을 받지 않는다.

2016년 US여자오픈에서 발생한 벌타 논란이 이 상황에 해당한다.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와 브리트니 랭(미국)이 연장 승부를 가리던 중이었다.

US여자오픈 연장전은 3개 홀 성적을 합해 우승자를 정하는데, 노르드크비스트가 연장 두 번째 홀인 17번 홀 벙커에서 백스윙하다가 모래를 살짝 움직인 것이 발견됐다.

이는 고화질 확대 화면에서만 보였고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노르드크비스트는 뒤늦게 받은 2벌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상황에서는 벌타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R&A와 USGA는 지난달 초 발표한 규정 변경안의 일부를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이 변경안은 원래 검토 기간을 거쳐 2019년 시행하려고 한 것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선수가 공을 드롭하거나 마킹 후 다시 내려놓을 때 등에 ‘정확한 위치 측정을 위해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모든 행동을 했다’고 판단된다면 벌타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후 비디오 등으로 이 선수가 잘못된 장소에 공을 놓았다는 게 발견되더라도, 그가 최선을 다해 위치를 선정했다고 판단되면 벌타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달 초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렉시 톰프슨(미국)이 겪은 벌타 사건이 바로 이 조항에 해당한다.

단독 선두를 달리던 톰프슨은 4라운드 경기를 하던 도중 3라운드에서 발생한 규정 위반에 대해 4벌타를 소급적용 받았다.

톰프슨은 충격에 눈물을 흘리며 경기했으나 결국 연장전에서 유소연(27)에게 패했다.

톰프슨이 ‘3라운드 17번홀 파 퍼트를 앞두고 공을 마크 후 다시 내려놓을 때 위치가 달라졌다’는 시청자 제보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규정위원회는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해당 선수와 같은 조에서 동반 플레이한 선수들을 조사할 예정이다. 해당 선수가 공의 위치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한 합리적인 모든 조치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 이 선수는 벌타를 받지 않을 수 있다.

좀 더 논의가 필요한 사안들도 있다.

시청자 제보와 스코어카드 제출 뒤의 벌칙 적용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다.

골프채널은 “모든 메이저 투어의 대표들은 TV로 중계되는 대회에서 제기될 수 있는 비디오 관련 문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마이크 데이비스 USGA 전무는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안다. 비디오 기술의 발전이 시청자에게 주는 긍정적 영향과 모든 선수에게 공정한 규정 적용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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