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쇠고기

 

철분 흡수율 높아 빈혈예방에 ‘으뜸’
영양과 질 우수해 성장기 아동에 필수
적정 단백질 섭취량 몸무게 1㎏당 1g

‘이랴~ 이랴~!’ ‘워디~워디!’ ‘워~워~!’. 잎새달(4월)이 되면 황량한 벌판에 못자리를 만들기 위한 쟁기질로 분주한 풍경이 펼쳐진다. 아버지의 새참을 든 어린 나는 좁은 논둑길을 더딘 걸음으로, 때론 뇌주하듯 막걸리를 찔끔찔끔 흘린다.

“아부지예~! 새참 가지고 왔습니더.” “오야! 거기 둬라.” 정구지떡과 막걸리지만, 참 없이 일하시는 이웃 어른들과의 달콤한 휴식이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머거리(재갈의 경상도방언)를 푼 소는 기다렸다는 듯, 여린 새순들을 긴 혀로 휘감아 정신없이 먹어 치운다. 나는 그런 소의 지킴이가 된다. 산만한 덩치에 밀려 두려움이 인다. 그러나 이내 소의 커다란 눈망울 속에 젖어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된다.

‘곡우가 지나면 부지깽이도 한 몫을 해야 된다’는 속담처럼 농번기에 소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농부들은 소의 목에 멍에를 씌워 농사의 수고를 덜었다.

문헌에 의하면 기원전 5000년 경부터 소를 가축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소는 사람과 함께 생활하면서 농사와 전쟁터에 동원되었다. 소는 살아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집안 경제의 주춧돌이었다. 죽어서는 고기와 가죽을 남긴다. 인간의 삶에서 고마움을 넘어 경외감마저 든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사람은 굶어도 소는 굶기지 않았단다.

그러므로 귀한 소의 고기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 년에 몇번, 동네에 큰일(혼례 또는 상례)이 생겼을 때에나 구경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구경만 한다. 어른들을 위한 육개장을 주로 끓이니 매워서 먹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이 육개장이지 국물 위에 시뻘건 기름만 둥둥, 고기 한 줌에 가마솥에 서(셋)말은 족히 끓였을 거다. 우스갯소리로 ‘황우도랑탕’(황소가 장화를 신고 도랑을 건너감)이라고 했다. 어느 날인가 부잣집에 딸을 시집보내는 잔칫집에서 먹은 잡채 속 쇠고기는 눈물이 나도록 입에서 사르르 녹았다. 그 어떤 고기와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다.

쇠고기는 전 세계인들이 가장 선호한다. 동물성 단백질의 제왕이라 불릴만큼 단백질 섭취의 대표 주자, 맛도 좋지만 영양과 질에서 매우 우수하기 때문이다.

쇠고기 속의 철분은 식물성(채소류) 철분보다 4배 이상 흡수를 돕는다. 산소와 함께 몸 구석구석을 운반하여 빈혈이 있는 사람에게 더없이 좋은 식품이다. 쇠고기 85g(키위 크기) 속의 비타민 B12는 닭가슴살 8쪽, 참치캔 12개의 아연 함유량과 같다. 셀레늄과 비타민B군이 풍부해 노화를 방지하고, 아름다운 머릿결과 피부를 가꾸어 주며 지방을 없애는 작용까지 한다. 또한 영양 흡수력이 매우 높아서 적은 양만 먹어도 필요한 영양성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 정은숙 남목초등학교 영양교사

쇠고기의 단백질에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기 때문에 성장기의 어린이에게 가장 좋은 영양 공급원이 된다. 하지만 포화지방산(딱딱한 기름)이 많아서 소화가 더디고, 콜레스테롤이 많아서 고지혈증인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인의 함량이 많은 산성 식품이므로 알칼리성 식품인 채소류와 함께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쇠고기의 하루 섭취량은 성인은 몸무게 1㎏당 1g, 성장기는 1㎏당 2g을 권장한다. 얇게 썬 쇠고기에 깻잎과 제철채소를 넣어 돌돌 말아 구운 ‘쇠고기 채소말이’는 소화와 흡수를 높이는 요리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권장할 만한 음식이다.

오늘날에는 식육용으로 소를 키운다. 그래서 종류가 다양하다. 한우, 거세(去勢)우, 육우(젖소 수컷을 한우처럼 키운 것), 수입우 등이 있다.

소가 멍에를 벗어던졌다. 700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개는 종일 놀아도 ‘밥’을 주고, 소는 종일 일해도 ‘죽’을 준다는 어머니의 말씀. 마치 소를 닮은 듯한 나의 어머니의 삶. 멍에를 끝내 벗겨드리지 못했다.

정은숙 남목초등학교 영양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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