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인스턴트 인생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인 삶속에
인내하면 구시대적 사고로 몰려
조리시간 늘어나면 음식 맛있듯
소중한 인생 인내하며 생활토록

일회용 밴드부터 속옷, 주사기, 그릇과 컵 등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구하기 쉽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는다. 전통적인 식사 대신 손쉽게 바로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이 쏟아져 나오면서 바쁘게 생활하는 현대인의 패턴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도 이와 닮아가고 있으니 요즘 우리가 얼마나 가벼운 삶을 살고 있는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인생도 과연 인스턴트일까?

이제는 말하고 싶은 사람과 언제, 어디서나 대화할 수 있게 됐다. 궁금한 게 있다면 인터넷 검색창을 통해 곧바로 알 수 있다.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버는 것도 빨리 벌어야 하고, 쓰는 것도 빨리 써야 한다. 인내하며 기다리는 자의 정신은 구시대적 사고로 무시 당하기 일쑤다. 직장생활을 하는 현대인의 비애를 잘 표현한 광고도 나오기 시작했다. 월급 다음날이면 통장 잔고가 곧바로 비어버리는, “월급 입장하십니다” “월급 퇴장하십니다”와 같은 인스턴트 인생이 그 속에 다 표현돼 있다.

음식을 하다보면, 이같은 세태와 정반대로 완성되는 메뉴가 있다. 여유를 갖고 기다림의 시간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거센 화력 위에서 굽고, 지지고, 뒤집는 조리법이 아니라 양념이 재료 속에 제대로 스며들도록 재워두고, 뜨거운 김을 쐬어 천천히 익혀지길 또한번 거친 뒤, 그 맛이 깊이 배여 들도록 뜸들여 완성하는 순서를 지키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는 정성과 배려가 깃든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도 이와 닮아가고 있으니 요즘 우리가 얼마나 가벼운 삶을 살고 있는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우리네 인생은 결코 두 번 주어지지 않는다. 소중한 삶의 기회를 일회용품 사용하듯 가볍게 소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요즘 자주 든다. 나이 탓인가 보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 오늘의 별미 메뉴 - 분정갈비와 오이냉국

● 돼지갈비(LA갈비) 200g을 소금과 후추 등으로 양념해서 재운다.
● 갈비를 건져, 불려놓은 찹쌀가루(100g)와 고춧가루(10g)에 묻힌 뒤 15분 간 찌고, 2분 간 뜸 들인다.
● 오이, 양파, 당근, 홍고추 등 오이냉국에 들어 갈 야채는 얇게 채 썰고 미역은 불려서 가늘게 잘라 둔다.
● 물(200㎖)에 설탕(4스푼), 식초(6스푼), 소금(1스푼)을 넣어 냉국에 사용할 육수를 만든다.
● 찜솥의 분정갈비를 그릇에 담은 뒤 곱게 채 썬 파를 올린다. 오이냉국을 곁들여 낸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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