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나라 미래 걱정했던 젊은 지성인들…국가 범한 과오에 용서 구해”

▲ 정의의 여신상(대법원).

1972년 10월 유신 이후 첫 대학 공안 사건인 ‘고려대 NH회’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인사들이 43년 만에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27일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함상근(67), 최기영(64)씨 등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970년대 초 고려대에 재학중이던 함씨 등은 10월 유신 이후인 1973년 4∼5월 사이 임의동행 형식으로 서울시경 대공분실이나 중앙정보부로 강제 연행됐다.

‘NH회’라는 지하 조직을 중심으로 노동자·농민 세력을 흡수해 반정부세력을 확대·강화시켰다가 유사시 민중봉기를 일으켜 정부를 타도하고 새로운 형태의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꾀했다는 이유였다.

반정부 기운을 조성할 목적으로 ‘민우(民友)’라는 지하신문을 만들었다는 혐의도 받았다.

이들은 1심에서 집행유예∼징역 5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은 1974년 6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함씨 등은 그로부터 39년이 지난 2013년 12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지난 2월 최종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함씨 등은 서울시경 대공분실과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사건이며, 수사 과정에서 불법체포·감금, 폭행·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 재판부도 함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국가 권력에 의해 자행된 조작 사건이란 점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함씨 등은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변호인 접견도 금지된 채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에서 자백 진술을 했다”며 “이런 진술이 기재된 피의자 신문조서 등은 위법 수집 증거로 증거 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들도 공소사실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며 “결국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함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억울한 옥살이를 한 함씨 등에게 국가를 대신해 사죄의 뜻도 전했다.

재판부는 “권위주의 통치시대에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며 토론하고 질곡의 역사를 개선해 보려던 젊은 지성인들이었던 함씨 등이 위법·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심대한 고통을 입고, 지금껏 그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며 “국가가 범한 과오에 대해 진정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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