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도명 원불교 울산교당 교무

원기 102년(2017년) 4월28일은 원불교에서 가장 의미롭고 큰 경축일인 대각개교절이다. 대각이란 진리를 크게 깨닫는 것이며, 개교란 종교의 문을 열었다는 뜻이다. 원불교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진리를 깨달으시고, 원불교를 창시하신 날(1916.4.28)을 기념하는 것이다. 이에 원불교는 한 달 동안을 대각개교 경축기간으로 정하고, 특별법회·사상강연회·성지순례·예술제·체육대회 등 각종 경축행사를 거행하며 다양한 사회봉공활동을 펼치는 등 대각과 개교의 의의를 원불교 교단뿐만 아니라 인류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행사와 사업(은혜잔치, 법잔치, 놀이잔치)을 펼친다.

또한 이날을 원불교를 신앙하는 교도들의 공동생일로 겸하게 한 것은 육신의 태어남과는 다른 차원에서, 곧 원불교에 입교함으로써 교법정신으로 다시 태어남을 의미하는 정신의 생일을 상징하여 공동생일로서 축하하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3월17일 천도재 초재를 시작으로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 재난재해 등 대한민국 근현대 100년에 해당하는 천도재를 49일 동안 정성모아 전 교단적으로 함께 진행하였으며 모아진 재비(헌공금)는 국가사회에 환원하기도 했다.

원불교의 핵심적인 가치는 많은 종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문을 열게 된 동기가 되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것이다. 물질문명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며 흐름의 속도는 젊은 사람들조차 그 분야에 전문가나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으면 그 흐름을 따라가기 쉽지 않을 정도다. 물질문명의 발전은 우리 사람들로 하여금 의식주에 관한 기본적인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주고 있고 나아가 다양한 편리와 시간적인 여유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얻어진 많은 시간과 여유로움을 보다 긍정적으로 은혜를 생산해내며 더불어 함께 성장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산업화를 넘어 정보화시대를 전개해가고 있는 편리에 너무 익숙해져 가는 그래서 물질문명의 발전이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아닌 많은 피해 곧 육체와 정신적인 아픔, 사회적인 갈등을 초래하고 양산하는 부정적인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사람에게는 양심이라는 것이 있고 사회에는 법과 질서가 있다. 아울러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계 이면에는 진리라는 것이 존재한다. 원불교에서는 두 가지 진리를 이야기 하고있다. 하나는 불생불멸이요, 다른 하나는 인과보응이다. 불생불멸은 사람이 한 번 태어나 죽으면 그만이 아니라 우리의 영혼은 영원한 생명을 지녀 인연따라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며, 인과보응은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는 것으로 심은대로 거두고 준대로 받게 된다는 것이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슬로건이 원불교를 창시한 백년 전의 소태산 대종사의 외로운 외침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로 하여금 그리고 우리의 다음 세대를 이어갈 우리의 후손들로 하여금 진정한 삶의 가치를 알아가고 그 가치를 함께 하는 주위의 인연들과 공유하며 그를 통해 보다 맑고 투명한, 밝고 지혜로운, 정의롭고 따뜻한 사회가 되는 핵심 비결이라는 인식이 확장되길 간절히 마음을 모아본다. 원불교 경전인 ‘대종경’(大宗經)에 나와있는 법문을 소개하면서 마무리할까 한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모든 사람에게 천만 가지 경전을 다 가르쳐 주고 천만 가지 선(善)을 다 장려하는 것이 급한 일이 아니라, 먼저 생멸 없는 진리와 인과 보응의 진리를 믿고 깨닫게 하여 주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 되나니라.

박도명 원불교 울산교당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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