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 토론’ 의무화에 “말 섞기 싫다”던 洪-沈 토론…언성도 높여
洪, 安지적에 “틀렸으면 수정”…安 “저는 말싸움 잘못한다” 고백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바른정당 유승민,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들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생방송 토론회에 참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28일 열린 제5차 대선후보 TV 토론은 2시간 내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무엇보다 토론 주제와 형식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선거방송토론위 주최로 지난 23일 열린 제3차 TV 토론은 외교·안보와 대북정책을 주제로 열렸다. 북핵 책임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송민순 회고록’ 등 민감한 소재가 주제로 다뤄졌다.

특히 당시 후보들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과거 ‘돼지흥분제’를 이용한 친구의 성범죄 모의에 가담했던 문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졌다.

이날 토론은 경제 정책을 주제로 열렸다. 말보다는 숫자로 싸우는 경제 문제가 다뤄지다 보니 정치적 논란이나 신변 문제보다는 정책 방향과 내용,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한 공방이 주를 이뤘다.

지난 23일 TV 토론은 2시간 동안 서서 진행하는 ‘스탠딩 토론’ 형식으로 열리면서 후보들 간 언쟁이 과열되는 양상도 보였다.

하지만 이날 TV 토론은 각 후보가 3분 동안 자신의 경제 정책을 발표하고, 나머지 4명의 후보와 차례로 일대일 토론했다.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여러 후보가 언쟁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제 정책이 주제로 오른 까닭에 문 후보와 홍 후보는 설명판을 들고 나왔으며, 다른 후보들도 두툼한 참고자료를 준비해왔다.

후보들은 ‘팩트체크(fact check·사실관계 확인)’를 자주 거론했다. 선거운동 기간이 짧아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검증이 쉽지 않은 만큼, 팩트체크로 상대를 공격하고 자신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이다.

홍 후보는 “언론사 팩트체크팀에서 문 후보 발언의 사실이 18% 거짓말이 54%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공무원 수를 늘리겠다는 문 후보 공약의 근거가 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두고 안 후보는 “팩트체크를 보면 틀렸다고 나온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에서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나빠졌다는 홍 후보의 발언에 “방금 홍 후보가 말한 지니계수는 팩트체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날 토론은 정책 검증 위주로 진행됐지만, 감정의 앙금이 남은 후보들 사이에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었다.
홍 후보 사퇴를 주장하며 그를 토론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이날 홍 후보와 토론했다. 토론 형식상 일대일 토론이 의무였기 때문이다.

심 후보가 “홍 후보와 말 섞지 않으려 했는데, 토론의 룰은 국민의 권리라 생각해서…”라고 하자 홍 후보는 “나도 심 후보랑 얘기하기 싫다. 할 수 없이 하는 것”이라며 “모든 게 배배 꼬여서…”라고 맞받았다.

특히 홍 후보의 ‘강성 귀족노조 타파’ 주장을 두고 둘은 정면으로 충돌했다.

심 후보가 “강한 노조 때문에 망했다고 하면, 우리보다 노조가 강한 독일은 진작 망했어야 한다”며 “무슨 궤변인가”라고 따지자 홍 후보는 “궤변이 아니다”고 했다. 심 후보가 “궤변이 아니면 뭔가. 가짜뉴스다”라고 비꼬자 홍 후보는 “말을 왜 그렇게 하나”라고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선거 때만 되면 귀족노조 타령하고 강성노조 타령하고 색깔론 타령한다”는 심 후보 지적에 홍 후보가 “그렇게 하지 마시라”고 지적하자 심 후보는 “그렇게 살지 마시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심 후보가 여러 차례 언성을 높이자 “토론 태도가 왜 그런가”라고 따졌다.

또 홍 후보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관련 발언에 심 후보가 “사실관계를 책임지라”고 쏘아붙이자 홍 후보는 “문 후보와 심 후보는 책임지라고 협박만 하는데, 같은 후보끼리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안 후보와 홍 후보의 일대일 토론에선 ‘훈훈한 장면’도 연출됐다.

안 후보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정책 가운데 ‘세 가지 화살’을 언급하자 홍 후보는 “그게 뭔가”라며 “말씀해보시라. 좀 가르쳐주시라”고 말했다.

또 안 후보가 기업 분할, 재벌 계열 분리에 대한 견해를 묻자 홍 후보는 “그건 아직 공부가 덜 됐다”고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안 후보가 조금 더 가르쳐주시면 잘 보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안 후보 경제 공약을 보니 상당히 합리적”이라며 “안 후보 경제 공약을 참조해서 (내 공약이) 잘못됐다면 고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그동안 TV 토론에서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는 세간의 평가를 의식한 듯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저는 말싸움을 잘 못 한다. 부족한 것 많다”며 “그렇지만 정치를 바꾸라는 국민의 열망과 명령을 지키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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