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누가 포퓰리스트인가'

▲ 누가 포퓰리스트인가

민주화는 우리 국민의 오랜 지상과제였다. 최근의 대통령 탄핵사태는 우리가 그토록 염원했던 민주주의의 의미와 민주시민으로서 역할을 성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오늘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주된 적은 더 이상 노골적으로 폭력성을 내보이는 독재세력이 아니다. 위험 요소는 선거라는 대의민주주의 시스템 내부에 도사리고 있고, 누구를 뽑을 것인가 고민하는 유권자들의 일상 속에 있다.

신간 '누가 포퓰리스트인가'(마티 펴냄)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막는 가장 큰 위험 요소로 대중의 약점을 파고들어 현혹하는 '포퓰리즘'(Populism)을 지적한다.

저자는 독일과 미국에서 정치학자로 활동 중인 얀 베르너 뮐러 프린스턴대 교수로 "포퓰리즘이 현대 대의민주주의에 영원히 따라붙는 그림자 같은 존재이자 거듭되는 위험"이라고 말한다.

포퓰리즘은 흔히 '인기영합주의', '대중추수주의'로 해석되는데, 대중의 인기를 좇는 정치 행태를 가리킨다. 하지만 현실에선 어떤 정책이 포퓰리즘의 산물이고, 누가 포퓰리스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그리스의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스페인 좌파정당 포데모스 등을 사례로 들면서, 어떤 정치가가 '진정한' 포퓰리스트인지, 포퓰리스트가 집권했을 때 어떤 폐해가 생기는지, 포퓰리즘이 자라게 만드는 배경이 무엇인지를 분석한다.

대다수의 포퓰리스트는 기득권 정치엘리트 집단이 부도덕하다고 비판하며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강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이 쓰는 언어는 거칠고 태도는 무례하며, 반대 세력을 인정하지 않는 반다원적 태도를 취한다.

포퓰리즘은 기존 정당정치에서 소외된 대중들의 분노와 절망, 소외감을 자양분으로 삼아 뿌리 내리고 성장한다.

포퓰리스트들이 집권하면 중립적이어야 할 행정 관료직을 자신의 편을 드는 사람들로 채움으로써 국가조직을 식민화하려 한다. 대중의 지지를 받는 대가로 돈과 선심성 정책 등 유무형의 반대급부를 지급하지만 그 혜택은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국민에게 국한되고, 비판 세력은 모질게 다룬다. 친구에게는 무엇이든 해주고 적은 법으로 다스리겠다는 이른바 차별적 법치주의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폐해들은 권위주의적인 독재정권에서도 나타났다. 하지만 포퓰리스트 정권에서는 더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부정부패로밖에 볼 수 없는 행위마저 국민의 이름으로 양심의 거리낌 없이 자행된다.

저자는 "포퓰리즘은 '국민이 직접 통치하게 하자'는 민주주의의 최고 이상을 실현해주겠다고 약속하는 타락한 형태의 민주주의"라며 "정확히 어디까지가 민주주의이고 어디서부터가 위험한 포퓰리즘의 출발선인지 구분하는 데는 섬세한 '정치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노시내 옮김. 160쪽. 1만4천원.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