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복구에 편백 등 식재...조림 묘목 수분흡수 습지 위협

생태보고 습지 산지화 우려 커...울주군, 나무이식 등 검토키로

▲ 대형 산불 이후 조림용으로 심은 묘목으로 인해 육상화가 진행되고 있는 언양 화장산 도화습지.
환경부 멸종위기종 II급인 꼬마잠자리와 자주땅귀개 등 330여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는 도화습지가 훼손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산불피해 복구를 위해 무분별하게 심은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면서 수분을 흡수, 습지가 대폭 축소되거나 사라질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찾은 울산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 도화습지는 최근 잇달아 내린 비로 축축이 젖어 있었다. 일부 웅덩이에서는 도롱뇽 알이 발견됐다. 하지만 곳곳에 뿌리 내린 조림용 묘목들이 습지를 위협하는 모습도 함께 확인됐다.

이 나무들은 지난 2013년 언양 산불 이후 울주군이 수림 조성을 위해 심은 것으로, 편백과 왕벚꽃나무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도화습지는 울산생명의 숲이 2014년 산불피해 복구를 위해 심은 나무들의 생육상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당시 식충식물인 끈끈이주걱과 땅귀개, 습지식물인 방울새란, 닭의 난초, 애기골무꽃, 송이고랭이 등이 골고루 자생하는 게 확인됐다. 곳곳에 물이 흐르고 화재 이전부터 나무도 많지 않아 육상화에 대한 우려는 없었다.

하지만 산불 이후 울주군이 습지 내부에 조림용 묘목 수천 그루를 심으면서 문제가 발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림 이후 3년 여가 지나 완전히 뿌리내린 묘목들이 서서히 수분을 흡수하기 시작, 습지가 산지화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또 나무들이 넓은 그늘을 조성해 각종 습지식물이 자라는 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은 “도화습지는 규모에 비해 생물종 다양성 등급이 높아 관광·생태학습용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며 “조림용 묘목을 습지 밖으로 옮겨 심고 물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수원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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