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팀 3개 불과 척박한 환경속
내년 덴마크 월드챔피언십 참가
세계 최정상팀 상대 대결 펼쳐

▲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 남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에서 2위를 기록하며 월드챔피언십(1부리그) 입성을 확정지은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입국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1부리그 승격의 꿈을 이뤄낸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말 그대로 ‘금의환향’했다.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 대표팀은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환한 얼굴로 입국했다.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곳곳에서 터졌다. 지나가던 시민 중에도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사상 첫 1부리그 승격을 이뤄낸 선수단의 표정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일부 선수들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관심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백지선(50·영어명 짐 팩) 감독은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님과 선수들, 코치진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서는 “우리의 목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다하는 것이다. 그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백 감독은 많은 취재진을 둘러본 뒤 대표팀에 대한 달라진 관심이야말로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소득 중 하나라고 했다.

▲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백지선 감독이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꽃다발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이번 대회의 성과를 통해 미디어의 관심을 얻었다. 이것이 한국 아이스하키가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전날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막을 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사상 처음으로 월드챔피언십(1부리그)으로 승격됐다.

6개국 중 상위 2팀만이 1부리그 승격 티켓을 가져가는 이번 대회에는 강적들이 즐비했다.

지난해 월드챔피언십에서 강등된 카자흐스탄과 헝가리,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본선 출전국인 오스트리아 등 역대 어떤 대회보다 험난한 대진이었다.

특히 카자흐스탄은 1부 리그 승격을 겨냥해 9명을 귀화시키는 등 이번 대회에 역대 최강의 전력으로 나섰다.

그중 북미 출신 5명 중 4명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100경기 이상을 소화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다.

한국은 2개월 전 일본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카자흐스탄 2군에 0대4로 완패한 터였다.

하지만 한국은 카자흐스탄의 최정예 멤버를 상대로 5대2의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두고 ‘12전 13기’ 끝에 사상 첫 승을 거뒀다.

이어 역대 전적에서 2승 1무 12패로 절대 열세였던 헝가리에도 3대1 역전 드라마를 쓰고 천적 관계를 뒤바꿔놓았다.

오스트리아에 0대5로 덜미를 잡힌 한국은 우크라이나와 최종 5차전에서 축구로 치면 승부차기에 해당하는 슛아웃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하며 ‘키예프의 기적’을 완성했다.

한국은 카자흐스탄을 제치고 1부리그 승격을 이뤄내며 세계 아이스하키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무장한 백 감독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등록 선수 233명, 고등학교 팀 6개와 실업팀 3개에 불과한 한국 아이스하키가 일궈낸 기적과도 같은 결실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3경기 연속 골을 넣으며 한국의 톱디비전 승격을 뒷받침한 김기성(32)은 “생각만 했던 일이 현실이 되니까 놀랍고 기쁠 따름”이라며 “우크라이나전이 끝나고 승격이 결정되자 우는 선수들도 있었고,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싶어 서로 볼도 꼬집어보고 그랬다”며 환하게 웃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한 지 어느새 10년이 넘은 김기성은 “대표팀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취재진을 만난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울컥한다”고 말했다.

이제 한국은 내년 5월 덴마크에서 열리는 월드챔피언십 무대를 당당히 밟는다.

캐나다, 러시아, 핀란드, 미국, 스웨덴, 체코, 스위스 등 세계 최고 레벨의 강팀을 상대로 꿈에 그리던 대결을 펼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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