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을 갖춘 글로벌 인재 육성
현실에 안주않는 도전정신 바탕
변화와 혁신의 새 시대 열어야

▲ 김선규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인사이트개발연구원 원장

필자가 대학을 다닐 때는 대학진학률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정부에서 신규 대학 설립을 엄격히 통제했기 때문에 대학교도 많지 않았고, 1980년대만 해도 대학진학률은 약 27% 수준이었다. 그 후 무분별한 대학설립 허용으로 우후죽순 생겨났고 대학 진학생은 날로 늘어났다. 2008년 대학진학률 83.8%로 최고치를 찍은 후 점차 감소하기 시작, 이제는 69.8%로 70%에도 못 미치는 대학진학률을 보이고 있다.

필자는 예전부터 좁고 포화된 한국을 벗어나서 자녀들을 글로벌 인재로 거듭나게 키워서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게 하자는 주장을 해 왔었다. 이러한 생각으로 자녀들을 글로벌 인재로 키우기라는 주제로 강연도 하고 페이스북에 내용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자 한 교포가 먼저 “인성교육이 되어야지 그냥 내보내면 안 된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아왔다. 필자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사실 해외로 나가보면 교포들이 서로 도와야 되는데 교포가 교포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일들이 많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자녀들을 글로벌 인재로 양성하자면 무엇을 갖추어야 할까? 언어능력, 자기분야의 전문성, 리더십, 소통과 대인 기술, 글로벌 감각과 에티켓을 갖추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언어능력에 대해 잠깐 얘기해 보자. 국제 언어인 영어를 배우고자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 영어교육시장이 엄청난 규모를 유지하며 다양한 학습법이 소개되고 있지만 매일 꾸준한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영어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마치 옷에 때가 묻는 것과 같이 시간을 투입해야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분야의 전문성을 키우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저명한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은 독일 베를린 음악학교 바이올린 전공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는데 최우수 연구자 그룹은 혼자 연습한 시간이 1만 시간을 넘었다는 내용을 1993년에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 연구내용은 말콤 글래드웰이 2008년 출간한 아웃라이어에서 인용하고 나서 대중의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인간이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대략 1만시간의 연습을 하지 않고는 최고의 전문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시간만 들여 반복 연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변화를 목표로 하는 연습, 의식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되는가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필자는 어렸을 때 수학을 싫어했다. 즉 이공계보다는 문과가 적성에 맞았다.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졸업식이 어떻게 이루어지나 보려고 미리 참석했었는데 그때 과학기술처 장관의 축사를 듣게 되었다. 그가 “한국은 화공이나 금속분야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것을 듣고 난 후 필자는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졸업 후 미국 유학을 나가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 후 대학에서 국제공동연구 및 국제 학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고 많은 연구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리더십은 글로벌 인재뿐만 아니라 어느 조직이나 전부 필요하다. 리더가 지향하는 방향이 결국 그 조직이 나가는 방향이며 그 조직의 생사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주면서 회사 대표를 영입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소통과 대인 기술도 글로벌 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가정과 직장에서 모두에게 필요하다. 소통이 안 되는 가정이 얼마나 많은가. 부부간에도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나 이를 모르는 부부들이 너무 많다. 직장 내에서도 소통의 부족으로 얼마나 많은 손실을 보고 있는가. 글로벌 감각과 에티켓이 있어야 현지에서 문제없이 살아 갈 수 있다는 사실은 여행 혹은 외국에서 체류해본 사람들은 모두 느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전 정신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기업이나 개인이 추구해야 한다. 변화와 혁신 없이는 기업도 개인의 미래도 없다. 자녀 교육에서도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선규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인사이트개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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