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늘고 있는 교권침해에 씁쓸
건강한 사회인 육성이 교육의 목표다
부모·교사 합심해 전인적 인성 함양을

▲ 유성호 풍생고 교장

한국교총은 최근 ‘2016년 교권 회복 및 교직 상담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고 ‘작년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 사례가 전년(488건)보다 17% 증가한 572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이 접수된 교권 침해 유형은 ‘학부모에 의한 피해’로 전체의 절반가량(267건·46.7%)이라고 한다. 또 학부모의 부당행위 형태는 일방적인 학생의 이야기만 듣고 전후사정을 확인하지 않은 채 학교를 찾아와 교사를 폭행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형태, 학교안전사고에 대한 금전적 보상요구, 학교폭력에 대한 조사 및 학교조치에 대한 불만으로 고소하거나 부당행위를 하는 형태 등이라고 발표했다.

최근의 학교 현장은 학부모들의 학창시절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달라졌다. 대부분의 학교는 쾌적한 냉난방 시설과 각종 첨단 교육 기자재를 갖추고 있다. 학생들은 학급당 30명 이내의 친구들과 학생인권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받으며 활기찬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학교식당에서는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수업시간에도 교사주도의 일방적인 주입식 수업보다는 발표와 토론 위주의 배움 중심 수업이 정착되었다. 저소득층에 대한 학비와 급식비 지원도 큰 폭으로 증가해 이제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포기하거나 배를 곯는 학생들은 거의 없어졌다.

이처럼 요즘 학생들은 부모 세대보다 물질적 풍요로움과 자율성을 만끽하며 학교생활을 영위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교권 침해 사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학부모나 학생이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에 폭언이나 욕설로 반응하고 심지어 교사를 폭행까지 했다는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뭔가 단단히 잘못 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대한민국의 암울한 미래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해진다.

언제부턴가 학부모의 민원이 많아지고 있다. 전화는 물론이고 학교에 찾아와서 다짜고짜 호통부터 치기도 한다. 대수롭지 않은 일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거나 자녀의 문제 행동을 무조건 두둔하며 비이성적인 행태로 학교를 힘들게 하는 학부모도 많아지고 있다. ‘문제 학생 뒤에는 반드시 문제 학부모가 있다’는 말이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학생이나 학부모 면담 과정에서 이러한 가설이 상당 부분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버릇없는 아이의 상당수는 부모가 만든 것이다. 어떤 희생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내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는 맹목적인 사랑과, 내 아이니까 무조건 특별하고 소중하게 키워야 한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우리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들거나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이를 제지하지 않는 부모, 다수를 위한 공정과 배려보다 내 아이만을 위한 편법과 특혜를 요구하는 부모가 있는 한 교권 침해 현상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방법만 가르치는 것은 더 이상 교육도 사랑도 아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올바른 인성을 가르치는 일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선생님을 믿고 따르며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면서 상호 존중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통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함께 성장한다. 양보는 손해가 아니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배우는 곳이 학교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학교를 믿자. 그리고 학부모와 선생님이 함께 손을 잡고 아이들의 전인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하자. 학교가 흔들리면 아이들의 미래도 없다. 그래도 학교가 희망이다.

유성호 풍생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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