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현주 기자 문화부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 후보는 제각각 다양한 공약들을 내놓으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지만 아쉽게도 문화 관련 공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 블랙리스트를 비롯한 문화계 탄압을 벌써 잊어버린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이나 ‘최순실’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문화 공약을 피하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집으로 발송된 ‘제19대 대통령 선거 선거공보’에도 안보와 경제, 사회, 복지 등에 국한된 공약만 열거돼 있을 뿐 문화예술에 대한 언급은 없다. TV토론에서도 문화예술은 빠졌고, 후보들마다 운영 중인 누리집에서도 관련 공약을 찾기 어렵다. 있어도 존재감이 미미하다. 이번 대선 후보들의 문화 공약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생활문화 확대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 △청년 문화 일자리 창출 △소외 계층 문화복지 확대 등이 공통된다. 좀더 속을 들여다보면 예술인 실업급여제도 도입, 예술인 4대 보험 지원, 지역 문화 활성화, 문화재 보존 관리 등과 같은 공약은 10여년 이상 되풀이되고 있으며, 각 후보간 공약에서 변별력을 가지지 못한다. 이처럼 재탕, 중복 공약이 많고, 준비가 덜 됐거나 급조된 느낌도 없지 않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대통령 후보라면 지난 공약을 되풀이하기 보다 미래를 향한 근본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전국 55만여명의 예술인의 표를 의식하는 카드를 꺼내들라는 말이 아니다. 문화예술인과 문화를 향유하는 국민이 문화예술로 하나 될 수 있는 미래를 설계해 달라는 것이다.

몇해전 한 출판잡지가 출판인을 대상으로 새 대통령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을 조사했더니 <피로 사회>가 1위로 꼽혔다. 하루 업무에 지쳐 쓰러지듯 잠들었다가 다음날 허겁지겁 일어나 다시 출근하는 ‘피로 사회’를 살고 있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자들에게 문화생활을 즐기고 생각할 시간을 줄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공연·미술 관람, 독서 등이 일부 계층만 누리는 사치가 아니라 온 국민 누구나 문화를 누리고, 예술인은 마음껏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대통령을 기다린다.

석현주 문화부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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