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으로 탄생하는 새 정권은
양보·타협없인 법안하나 통과 못시켜
연정구상 미리 밝혀 제대로 선택받길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이제 일주일 후면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있고, 정당의 세(勢)도 있어서 가능성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개표가 끝나 최종적으로 당선이 결정되기 전에는 정당이든 후보든 유권자든 결과 예측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5월10일 이후를 생각하게 된다.

현재의 19대 대선이 조기대선이다 보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제대로 활동할 시간도, 정부조직을 개편할 여유도, 총리를 비롯한 내각과 청와대 보좌진을 구성할 짬도 거의 없이 차기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그래서 (대)연정이니, 공동정부니, 통합정부니 하는 것이 쟁점이 되게 되는 것이다. 국회에서 과반의석을 가진 정당이 없는 상황 속에서 차기 정부가 필연적으로 마주칠 고민이 바로 이 점이다. 하지만 대선후보들은 하나 같이 도덕적 선명성을 내세우거나 이념적 차이를 이유로 그런 거 필요없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다수당에 의한 날치기 통과와 야당에 의한 극한 대립으로 정치가 실종되던 분위기에서 2012년 5월에 개정된 국회법이 ‘국회선진화법’이다. 국회법 제85조와 제85조의2의 내용은 국회의장이 법률안을 본회의에 직권으로 상정할 수 있는 경우를 천재지변이나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의 경우나 교섭단체 대표와의 합의가 있을 때로 한정하고, 국회 내 다수당이라 하더라도 의석수가 재적의원 수의 60%인 180석에 미치지 못하면 예산안을 제외한 법안의 강행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국회에서 폭력사태와 극한대립은 사라졌지만 국회의 입법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헌법의 다수결원리가 침해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그 개정이 논의돼 왔었다.

이제 5월10일에 탄생하는 새로운 정권은 대통령직을 차지하게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어느 정파도 법안 하나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고 서로 으르렁대기만 하는 국회의 거대한 절벽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어떤 후보는 국민들의 성원과 지지로 이를 돌파하겠다거나 또는 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하고, 다른 후보는 개혁공동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위원회를 만들기도 하며, 또 이념적으로 선명한 또 다른 후보조차도 공동정부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말장난이라는 것이다. 더민주당+국민의당, 더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가능한 어떤 조합도 재적의원 수의 60%인 180석을 달성하지 못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조합은 더민주당+한국당, 더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경우 뿐이다. 물론 다른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의 유력 정당들의 보유의석을 고려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민주당과 한국당은 견원지간이니 가능성이 없고, 더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 고려대상이 아니라면 어쩌자는 것인가? 더민주당이 승리하는 경우 국민의 뜻이라면서 무리한 정계개편을 시도한다면 이는 정권출범도 하기 전에 정쟁으로 빠져드는 꼴이 될 것이다. 다른 정당은 승리한다 해도 정계개편을 하기에는 의원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지금 이대로 선거가 투표일까지 진행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모든 대통령후보들은 장차 집권하게 되면 연정 파트너를 어떻게 구성할지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5월10일부터 한국정치는 본격적인 시험대에 서게 될 것이다. 양보와 타협에 의한 협치가 이뤄지지 못하면 영영 가망성이 없다. 유권자인 국민들도 대통령 중심제가 승자독식의 정치체제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정치지형이 국민 스스로 2년 전에 선택한 것이니 만큼 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한국정치는 본격적으로 타협과 협치, 연정의 능력을 시험받고 있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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