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로 압송되는 보이스피싱 일당.

태국과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조직적으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행각을 벌인 일당 38명이 구속됐다.

확인된 피해금액만 20억 원에 달하고 전체 피해규모는 수백억 원으로 추산됐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사기 혐의로 최모(39)씨 등 39명을 붙잡아 38명을 구속하고 다른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김모(2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은 또 해외에 거주하는 조직원 10명 등 19명을 수배하고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이 해외에 있는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을 사실상 일망타진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씨 등은 2014년 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태국과 필리핀에 각각 1개 조직, 3개 콜센터를 두고 전화금융사기로 200여 명에게서 20억 원 가량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1개 센터에서 확보한 장부에서 2주간 편취한 금액이 9억 3000만 원이고 이런 센터 6개가 동시에 가동됐기 때문에 전체 피해 규모는 수백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 태국 현지 보이스피싱 거점 단속.

경찰 조사 결과 최씨 일당은 국내 시중은행 직원 행세를 하면서 피해자들에게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주겠다”면서 “신용등급을 올리기 위해 우선 제3금융권에서 거액을 대출받아 갚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속였다.

최씨 일당은 이에 속은 피해자들이 대출받으면 “제3금융권에 있는 지인에게 부탁해 조기상환 수수료를 면제해주겠다”고 꾀어 대출금을 모두 대포통장에 이체하도록 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보이스피싱을 의심하는) 은행 직원이 전화하면 ‘내가 사업상 돈을 보냈는데 이런 것까지 일일이 확인하느냐’며 소리를 지르고 끊으면 된다”고 교육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금액은 1인당 1000여만 원부터 수천만 원까지다.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조직원들은 60∼90일짜리 관광비자를 이용해 출입국을 반복하면서 범행을 저질렀고 사기 금액의 20∼30%를 챙겼다.

이 가운데 1명은 2주만에 1억 2400여만 원을 편취해 3700여만 원을 챙기기도 했다.

또 실적이 없어도 월 400만 원 가량의 수입을 보장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가족에게 유아를 맡기고 범행에 가담한 30대 여성도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 보이스피싱 일당이 범행에 쓴 매뉴얼.

총책인 최씨는 사법 당국에 적발되는 상황을 고려해 2개 국에 6개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뒀고 성과급을 차등지급하거나 다른 센터로 강제 전출시키는 등 조직원들의 경쟁을 부추겼다.

최씨는 필리핀 등지에서 고급 빌라를 임대해 가사 도우미 4∼5명을 고용하는 등 호화 생활을 누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2015년 7월 인터넷 도박 혐의 등으로 태국에서 추방된 7명을 수사하다가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사실을 확인,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달아난 필리핀 조직책 A(39) 씨 등이 추가 범행을 저지르는 정황이 포착돼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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