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보다 1년 이른 6월3일 총선 실시…정치적 위기 수습 시도

▲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

부인이 ‘파나마 페이퍼스’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조지프 무스카트(43) 몰타 총리가 내달 3일 조기 총선 실시를 선언했다.

무스카트 총리는 1일 수도 발레타에서 열린 노동절 집회에서 “모두가 지난 며칠 간 나와 내 가족을 겨냥해 이뤄진 공격을 알고 있겠지만 나는 깨끗하기 때문에 두려워할 게 없다”며 조기 총선으로 자신에 대한 신임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사회당을 이끌고 총선에서 승리, 정권을 잡은 무스카트 총리의 원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그는 “나 자신뿐 아니라 몰타를 보호하는 것도 내 의무”라며 “불확실성으로 인해 일자리가 없어지고, 몰타의 경제 기적의 속도가 늦춰지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는 6월까지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을 맡은 몰타는 지난 2월 기준 실업률이 4.1%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고, 3.5%를 상회하는 성장률 속에 작년에 35년 만에 처음으로 재정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제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무스카트 총리의 조기 총선 요구는 이처럼 견조한 경제를 앞세워 무난히 정권을 재창출, 정치적 위기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달 30일 몰타 일간 몰타 투데이가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파나마 페이퍼스’ 연루 의혹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끄는 사회당은 야당 국민당에 지지율이 4%가량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무스카트 내각은 작년에 에너지 장관과 총리의 수석보좌관이 파나마에 비밀 회사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나며 ‘파나마 페이퍼스’의 홍역을 톡톡히 치렀다.

몰타의 유명 블로거인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는 최근 ‘파나마 페이퍼스’에 언급된 3번째 몰타 회사의 소유주가 무스카트 총리의 부인이라고 폭로함에 따라 무스카트 총리까지 궁지에 몰렸다.

사이먼 버서틸 국민당 대표가 무스카트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달 23일에는 발레타 시내에서 시민 수 천 명이 정부의 부패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버서틸 국민당 대표는 무스카트 총리가 이날 조기 총선 실시를 전격 선언하자 “감방에 가지 않으려는 수작”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파나마의 최대 법률회사이자 ‘역외 비밀 도매상’으로 악명 높았던 모색 폰세카의 내부 자료를 분석한 문건으로, 작년 4월 전 세계 90여 개 나라 수백 명의 주요 인사가 조세 회피에 연루됐다는 내용이 공개되며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켰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작년 4월 다비드 귄괴이그손 전 총리가 ‘파나마 페이퍼스’에 조세 회피 연루 의혹이 폭로되며 물러났고, 이 문건에 이름이 오른 호세 마누엘 소리아 스페인 산업부 장관도 지난 달 조세 회피와의 상관 관계가 드러나며 사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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