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은경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장

“절들은 별처럼 많고 탑들은 기러기 떼처럼 줄을 지었다(寺寺星張 塔塔雁行).” 신라의 수도 경주의 모습을 일연스님은 삼국유사에서 이처럼 그리셨다. 신라 법흥왕 14(527)년에 불교를 공인한 후 경주를 중심으로 엄청난 불사(佛事)가 진행되면서 동시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불상이 조성됐다.

남산 자락에는 140여 곳의 불교유적과 100구가 넘는 불상, 수십 기의 불탑들이 세워졌다. 아슬아슬한 바위의 단애면에서 결가부좌를 한 마애불상을 마주할 때면 불심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루어낼 수 없는 기적 같은 숭고함이 느껴지곤 한다.

마애불은 인도의 석굴사원에 새긴 불상이 시원이 되었고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인 7세기 전후에 백제와 신라 지역에 조성됐다. 위치 이동이 불가능하므로 불교 전파 경로나 불교 조각의 지역적 특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화강암 재질이 많아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불상 조각양식을 연구하는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 통일신라시대인 8, 9세기에는 경주 뿐 아니라 마애불의 분포 지역이 더 넓게 확산됐다.

▲ 어물동마애여래좌상(통일신라시대, 북구 어물동 산122)

울산에도 마애불이 있다. 북구 어물동에 가면 통일신라시대의 우람하고 장엄한 마애불을 만날 수 있다. 1997년에 울산시무형문화재 제6호로 지정됐다. 중앙에 결가부좌를 한 높이 5m의 본존불상과 좌우의 협시보살이 입상으로 배치되었다.

본존불상의 왼손에는 약합이 들려있어 약사불임을 알 수 있고 좌우의 협시보살상은 일광과 월광이 장식된 보관을 쓰고 있어 일광보살, 월광보살임을 알 수 있다.

사암제로 제작되어 전면의 마모가 심하지만 최근 부식방지처리를 실시하는 등 보존에 무척 공을 들이는 마애불이다. 부처님오신날이다. 멀지 않은 곳에 천년을 훌쩍 넘도록 그 자리를 지킨 마애불 부처님이 계시니 한번 뵈러가도 즐거운 길이 되지 않을까.

배은경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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