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과 심근경색

▲ 정용석 동천동강병원 심장내과 전문의가 병원을 찾은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혈압 140mmHg/90mmHg 이상
국내 성인 30%가 겪을만큼 흔해
증상 없거나 경미해 인지 어려워
심근경색·뇌졸중 불러올 수 있어
예방 위해 체중조절·저염식 필수
조기 진단 후 안정적인 관리 중요
심근경색, 막힌 혈관 빨리 뚫어야

울산에 사는 직장인 A(45)씨는 40대에 접어들면서 부쩍 체중이 늘어났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일정한 체중을 유지했었던 A씨지만 어느 순간부터잦은 회식과 업무에 시달리다보니 몸관리에 소홀해졌던 것이다.

늘어난 몸무게에 예전보다 몸을 움직이는데 무거워진 감은 있었지만, 잔병이 없고 건강한 체질이라 A씨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만성적인 피로감과 더불어 잦은 두통에 시달리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게 됐다. 평소 건강만큼은 자신하던 A씨는 검진 결과 고혈압 판정을 받고, 담당의로부터 체중조절을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고혈압의 초기증상을 감지하고 늦지않게 병원을 찾은 A씨의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고혈압은 증상이 없거나 경미해 치료시기를 놓치면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질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이에 흔히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고혈압의 치료 및 예방법 등을 알아보았다.

 

◇고혈압 환자 40%는 인지 못하고 있어

통상적으로 고혈압이란 성인의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일 때를 말한다.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약 30%에서 발생하는 아주 흔한 질환이며, 외국의 고혈압 유병률 27%보다 높은 발생빈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고혈압은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분류되지만, 정작 본인이 고혈압 환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인지율은 58.8%에 그치고 있다.

또 고혈압 환자임을 알고 치료받고 있는 환자가 53%, 실제로 치료받아 잘 조절되고 있는 환자는 30.1%로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잘 모르고 있으며, 치료를 받아도 쉽게 조절되지 않는 질환이 고혈압이다.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는 혈압이 심각한 수준까지 올라가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가 많다. 일부 고혈압 초기에 둔한 느낌의 두통이나 어지러움, 코피 등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고혈압의 증상은 아니다. 문제는 혈압이 높은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경우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중에서 상당수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혈관 막는 심근경색 발생하면 수술해야

고혈압으로 인해 동맥 내의 압력이 높아지게 되면 동맥 내피세포에 변화를 불러오게 된다. 동맥벽이 두껍고 단단해지는데 이를 동맥경화증이라고 한다. 동맥경화증이 온 혈관에는 순환하는 지방과 세포들이 쌓이게 되면서 죽상경화증이 시작된다. 혈류가 원활하게 전달되지 못해 심장쪽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정용석 동천동강병원 심장내과 전문의는 “혈압이 증가하면서 동맥벽의 일부가 늘어나게 되면 동맥류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결국 동맥류가 터지면서 출혈이 발생한다”며 “대부분 동맥류가 파열되면 생명이 위급해지기 때문에 응급수술을 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동맥경화가 발전해 심장쪽에 있는 관상동맥을 좁아지게 하거나 막게되면 심한 흉통을 일으키는 협심증이 발생하며, 심한 경우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심근경색이 발생하게 되면 막힌 혈관을 최대한 빨리 개통해야 한다. 요골 또는 대퇴동맥을 통해 심혈관 조영술을 시행, 막힌 혈관을 찾아내고 혈관에 가느다란 도관을 삽입해 개통한다. 심근경색에 따른 합병증이 없다면 1주일 이내에 퇴원해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 심혈관 조영술 결과 심형관성형술이나 스텐트삽입술이 적합하지 않거나, 다혈관 질환인 경우에는 관상동맥우회술을 시행하게 된다.

 

◇스트레스 줄이고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심근경색의 경우 최근 심혈관조영술과 성형술, 스텐트 삽입술이 발전하면서 환자들의 수술 후 회복경과가 많이 나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망률이 높으며, 하루 안에 사망하는 경우도 많은 위험한 질환이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비만은 고혈압의 주요 위험인자이므로 체중관리가 중요하다. 운동은 주 3회, 회당 30분 내외의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이 좋다. 그러나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심장마비나 뇌졸중, 관절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짠 음식도 고혈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저염식을 하고 지방섭취 감소, 금연, 절주를 해야한다. 또 성인 고혈압은 스트레스가 영향을 많이 주므로 건전한 방법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하면 도움이 된다.

정 전문의는 “무엇보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고혈압을 조기에 진단하고, 혈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혈압은 전문의과의 상담을 거쳐 개인이 노력하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며 합병증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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