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

봄이 무르익어 가면서 다양한 기념일과 이벤트가 잇따르고 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부부의날이 있는 5월이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는 ‘가정의달’이라면, 장애인의날이 있는 4월은 우리 주변의 몸이 불편한 이웃을 살펴보는 때라고 할 수 있다. 지난 4월25일 울산시장애인총연합회 주관으로 2500여명의 장애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37회 장애인의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올해 처음으로 제정된 ‘울산장애인인권상’을 수상했다.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구청장으로서 구민을 위해 관심을 갖고 당연하게 행했던 작은 일들이 장애인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는 것에 오히려 마음이 아팠다. 다시 한번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이 없는 동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장애인 문제에는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울산시의원으로 재직하던 때,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전면표시제를 발의한 적이 있다. 지금은 동구청 주차장에도 먼거리에서 장애인주차장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큰 글씨로 표시돼 있다. 지금은 좀 더 많은 시설에서도 활용하고 있으며 국회에서는 법 개정중에 있다. 우리는 흔히 장애가 있어서 무언가를 못할것이라고 속단하지만,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인생의 장애는 아니다. 특히 발달장애인들은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해도 익숙한 일에는 누구보다 집중해서 할 수 있고,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지난 2014년에 창단된 동구청 장애인역도단은 자신들의 신체적 결함과 장애를 극복하고 체계적인 연습과 꾸준한 노력으로 매년 값진 성과를 내고 있는 좋은 사례다.

동구지역에는 참사랑의집과 밀알의집 등 장애인 거주시설 2개소와 동구장애인복지관, 주간보호센터 5개소, 직업재활시설인 동구장애인보호장과 희망장애인보호작업장 등이 있다. 그 중 동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은 동구장애인복지관과 동구장애인보호작업장 2개소이며 나머지는 법인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이 개인이나 법인에서 운영하는 것이라서 재정적으로도 매우 열악하고 시설도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4월에는 그동안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과 권익증진에 기여해온 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동구지부를 위해 동진경로당 2층을 리모델링해 사무실을 새로 마련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자립을 지원하기위해 동구장애인보호작업장에 PP마대 생산·판매시설을 설치했다.

얼마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역 언론사에서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 실태를 보도한 적이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지역의 공공부문 장애인 고용률은 3.15%이다. 국가 및 지자체의 장애인 고용률은 3.61%로 의무고용률인 3.2%를 초과하지만 공공기관이나 지방공기업은 한참 못미치고 있다. 동구청의 장애인 고용률은 17.11%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직업재활시설 확충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장애 자녀를 가진 부모들을 만나보면 ‘우리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는 하소연을 많이 한다.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취업도 할 수 없고, 장애인시설에도 갈 수 없다며 사회가 장애인을 책임지지 못하는 현실을 탓하며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정말 아프다. 일전에는 한 장애인근로자로부터 정성스레 쓴 손편지를 받았다. “먼지도 많고 작업공간도 좁지만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넓은 공간에서, 조금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며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아주 소박한 꿈을 담은 내용이다.

올해는 동구장애인복지관과 노인요양원, 우리두리 어린이집 등 기존의 사회복지시설이 들어서 있는 서부동 일대에 장애인복지시설을 확충할 부지를 매입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이 일대를 사회복지타운으로 조성해 서로 공존공생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대왕암공원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산책할 수 있는 1.2㎞의 무장애나눔길을 조성해 몸이 불편한 이웃들도 편하게 찾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장애인의 문제는 더 이상 장애인 개인이나 장애인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작은 배려 하나하나가 모일 때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아름다운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빨리 그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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