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산꾼 진희영의 영남알프스 속으로 - 9. 대운산(상)

▲ 대운산 제1대피소에서 10여분쯤 걸어올라가면 아담한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구룡폭포(九龍爆布)다. 높이는 약 3m, 깊이는 2~3m 가량 된다. 폭포 아래 소(沼)에는 아홉 마리 용이 살았는데, 여덟 마리는 승천하고 나머지 한 마리는 하늘에 오르지 못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울산근교서 철쭉꽃 축제 열리는 명소
아름다운 조망·맑은 계곡으로도 유명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 ‘장안사’
암자 용심지에서 수도했다는 ‘도통골’
마지막 수도지로 알려진 샘 ‘용심지’
원효의 전설 곳곳에 깃들어있어

아홉마리 용이 살았다는 ‘구룡폭포’
바위들이 물구나무선 모습이라 ‘박치골’등
재미있는 지명 되새기며 걷다보면 정상
대운 이름처럼 큰 복 함께하길

대운산(大雲山·742m)은 울산광역시와 경상남도 양산시의 경계에 걸쳐있는 산이다. 신라 원효대사의 마지막 수도처로 알려져 있다. 동국여지승람 기록에는 불광산(佛光山)으로 되어 있으나 언제부터 대운산(大雲山)으로 바뀌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산자락에는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장안사를 비롯하여 척판암, 내원암, 백련암 등 이름난 암자가 여러 개 있다. 계곡은 맑고 깨끗하여 여름철 물놀이 장소로도 널리 알려져 있으며, 도통골과 박치골, 내원골에는 아기자기한 소(昭)와 담(潭)들이 어우러져 많은 산객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인다. 대운산 계곡에서 발원한 물은 남창천으로 내려가 회야강으로 흘러든다.

▲ 대운산 정상 표지석. 표지석이 나무갑판을 뚫고 솟아오른 모양이라 좀 어색하다.

곳곳에 꽃들이 만발하고 떨어져 내리는 꽃잎이 있고, 피어나는 꽃이 있다. 그저 가만히 서서 지는 꽃잎을 받기도 하고, 피어나는 꽃잎을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기도 한다. 사람들이 꽃에서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목소리로 서로를 분간하지만 꽃들은 향기로서 서로를 분간하며 대화한다고 한다. 꽃들은 사람보다 훨씬 우아한 방법으로 서로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사실 사람의 말은 사랑하는 연인끼리를 제외하고는 꽃만큼 미묘한 감정과 좋은향기를 풍기지 않는다.’

19세기 독일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페히너의 글이다. 진달래가 피고 난 뒤 산천에는 철쭉꽃이 온산을 물들이기 시작한다. 울산에서 가까운 대운산은 울산근교에서 철쭉꽃 축제가 열리는 명소로 알려져 있고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산이다.

▲ 큰 바위 전망대. 전망대 아래 도통골(道通谷)에는 용심지(龍深池)라는 샘이 있었으며, 원효대사(元曉大師)가 그 곳에서 수도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운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몇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중 대표적인 등산로는 장안사를 기점으로 오르는 길과 양산시 명곡 저수지로 오르는 길, 울주군 온양읍 상대마을로 오르는 길이다. 이번 산행은 상대마을 3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대운산을 한 바퀴 돌아오는 등산로를 소개한다. 주차장에서 등산안내도를 참조하여 대운교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내원골을 따라 내원암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도통골과 박치골로 이어지는 등로이다. 이 곳에서 대운산은 4.93km, 내원암은 1.78km 거리다.

왼쪽 도통골을 따라 발길을 옮겨본다. 길은 판판하고 도통골옆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등로는 제1대피소가 있는 곳 까지는 고만고만한 길이 연속되고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이어진다. 이곳은 산행 시 종종 느끼는 일이지만 도통골 계곡에 흐르는 물은 영남알프스의 여느 계곡에서 흐르는 물과는 비교가 될 만큼 느림의 미학을 일깨워준다. 물의 흐름이 요란스럽거나 빠르지 않다. 군데군데 아름다운 소(沼)와 담(潭)은 주변의 바위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흐르는 물소리에 정겨움을 느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려본다.

 

도통골은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이 계곡 인근에 있는 용심지(龍深池)라는 암자에서 수도를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박치골은 계곡에 있는 바위들이 마치 머리를 땅에 박고(붙이고)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 계곡은 여름철에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줄거나 마르지 않아 물놀이 장소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주위 경관이 아름다워 사시사철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곳이다.

제1대피소를 지나면 길은 임도에서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이곳 이정표에는 대운산 정상까지는 2.8km, 큰바위전망대까지는 2.3km, 제3공영주차장까지는 1.4km라고 적혀있다. 계곡은 깊이를 더해가지만 물길은 서두르지 않는 느낌이다. 제1대피소에서 10여분쯤 오르다보면 길 바로 옆에 작고 아담한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구룡폭포(九龍爆布)다. 구룡폭포는 대운산 도통골 제1대피소에서 0.4km 떨어진 등산로 옆에 있다. 폭포 높이는 약 3m, 깊이가 2~3m가량 되는 작고 아담한 폭포다. 폭포 아래 소(沼)에는 아홉 마리 용이 살았는데 그 중 여덟 마리는 승천하고 나머지 한 마리는 하늘에 오르지 못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폭포를 지나면 곧바로 제2대피소에 도착하게 되는데 여기서 정상까지는 2.4km정도 된다. 아직 까지 길은 완만하고 경사도 그리 심하지 않은 편이다. 주변은 온통 참나무와 느티나무 잡목들이 주종을 이루고 발걸음이 내내 가볍다. 시원하고 맑은 공기가 폐부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고, 계곡물을 벗 삼아 아무 생각 없이 계곡을 건너고, 물길을 따라 5분 정도 걷다보면 물길이 둘로 나누어지는 지점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한숨을 고른 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따른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셈이다.

약간의 가파른 비탈길을 갈 지(之)자 모양으로 15분 정도 오르면 첫 번째 깔딱 고개 안부에 다다르게 된다. 이때부터 좌우의 조망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앞으로는 대운산 능선이 마루금을 이루고, 오른쪽으로는 대운산2봉이 우뚝하다. 이곳에서 약간의 휴식겸 한숨을 돌린 뒤 진행 방향 능선을 따른다. 10여분 뒤 산허리를 가로질러 이어지는 산길은 걷기가 다소 까다롭다. 바위와 암반으로 되어있는 너덜 길로 조심을 요하는 구간이다. 너덜 길을 조심해서 지나면 ‘큰 바위 전망대’라 불리는 바위 위에 올라선다. 이곳은 원효대사가 마지막 수도를 했다는 샘, 용심지(龍深池)가 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큰 바위전망대는 높이가 30여m가량의 기암절벽으로 날씨가 화창한 날이면 간절곶과 고리원자력 발전소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큰 바위 전망대에서 계곡 옆길을 지나면 제법 너른 곳에 또 다른 전망바위가 있다. 이곳에서 대운산 정상에 오르는 세 번째의 깔딱 고개가 시작되는 구간이다. 가파른 430여 계단을 힘이 부칠 정도로 오르다보면 대운산 정상(742m)에 닿는다.

▲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정상은 나무로 만든 갑판사이에 정상석을 솟게 만들어 어색한 분위를 자아내지만 정상에서의 조망은 뛰어나다. 북쪽으로는 원효산, 천성산이 손에 닿을 듯 이어지고, 그 너머로 영축산, 신불산, 운문산,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의 준봉들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남쪽으로는 달음산과 금정산이, 동쪽으로는 울산시가지와 문수산, 치술령, 망망대해 동해바다가 산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대운산(大雲山)을 풀어보면 큰 대(大), 구름 운(雲), 뫼 산(山)이다. 즉 큰 구름과 산이다. 그래서인지 대운산에 오르면 수시로 많은 구름이 떠 있는 것을 목격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대운산은 산에 오르기 만하면 누구나 대운(큰 복)이 들어오는 산이라 부르고 싶다. 대운산을 오른 뒤 로또복권이라도 구입해 보자.

대운산 정상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려보며 하산길을 재촉한다. 하산길의 이모저모는 대운산 철쭉과 내원암·대원사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다음 편에 싣겠다.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산행경로
상대마을~상대 제3주차장~구룡폭포~큰바위 전망대~대운산 정상~헬기장~대운산 제2봉~내원암~상대 제3주차장. 약 4시간30분 소요.

◇찾아가는 길
승용차:울산~공업탑로타리~덕하검문소~옹기마을~상대마을~상대 제3공영주차장
버스:공업탑로타리~덕하검문소~옹기마을~남창역(1127번 좌석버스), 남창역~상대마을 제3공영주차장(마을버스)

◇먹거리와 숙박
마을버스 종점인 상대마을 인근에 식당과 민박집이 여러 곳 있음.
-내원암 입구, 민박을 겸한 애기소산장. (052)239·7090.
-평사리 가는길(들깨칼국수, 빈대떡 등). (052)239·1951.
-산여울(흑삼겹바비큐, 오리탕 등), (052)238·7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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