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투표는 오늘부터 시작됐다. 19대 대통령 선거일이 5일 남았지만 사전투표가 4~5일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3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국면’에 들어갔다. 1~2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깜깜이 국면’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맹추격하는 ‘1강 2중 2약’으로 시작됐다.

선거는 점점 혼탁해질 전망이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과 번복, 세월호 인양 뒷거래 의혹, 가짜 여론조사 문자메시지 유포 등 지지율을 뒤흔들만한 예상 밖의 변수도 등장했다. 상호비방에다 막말까지 난무하고 있다. 후보들의 상호비방은 지난 2일 열린 마지막 TV토론회에서도 심각했다. 이날 토론회는 복지와 교육분야 정책토론이었으나 5당 대선 후보들은 계파 패권주의와 적폐 청산, 바른정당 탈당사태를 놓고 물고 물리는 설전을 펼쳤다. 특히 교육분야는 국민들의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다 후보들의 공약으로 미뤄 변별력도 두드러지기 때문에 관심이 가장 많은 분야였으나 아쉽게도 제대로된 정책검증 없이 끝나고 말았다. 주제를 벗어난 상호비방은 옳고 그름을 떠나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후보들은 수준낮은 토론회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의식하면서도 ‘막판’에 이르면서 부동층을 끌어당기려는 조급함에 상대방의 약점을 들추려는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현재 부동층은 30~40%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신문·YTN이 여론조사 공표금지기간을 앞둔 1~2일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지지후보가 없다(4.5%)거나 무응답(5.3%)을 한 부동층이 전체 응답자의 9.8%에 이르는데다 지지할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유동층도 23.4%나 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2일 101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후보를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자가 30%에 이르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한표가 절실한 후보자들은 자극적인 단어가 부동층의 표심을 파고들 것이라 생각하는 지는 모르겠으나 유권자 표심은 정반대다. 부동층 중 가장 많은 22.3%는 ‘후보나 후보의 자녀, 배우자에 대한 도덕성 문제’를 향후 대선 정국의 판세를 가를 요소로 꼽았다. 국민수준을 무시한 얄팍한 전략에 속을 유권자가 아니다.

남은 문제는 ‘깜깜이 국면’에서 SNS를 타고 수없이 날라올 ‘가짜뉴스’이다.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이 유일한 대책이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을 올바로 뽑아야 하는 중요한 선거일 뿐 아니라 유권자의 힘으로 우리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하는 선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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