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팔고 보자’ 가입자 받은 뒤 보조금 오를 때까지 개통 미뤄
널뛰는 판매점 정책에 또다시 ‘호갱’된 소비자들 한숨

연휴 기간에 벌어진 삼성전자의 신형 프리미엄폰 갤럭시S8 ‘불법 보조금 대란’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상당수 소비자는 개통 지연을 겪고 있으며, 유통점의 ‘눈속임 할인’에 피해를 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5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이후 불법 보조금을 받고 갤럭시S8을 구매한 소비자 가운데 일부는 현재까지 기기를 개통하지 못하고 있다.

뽐뿌 등 관련 커뮤니티에는 ‘물건은 받았는데 하루가 지나도록 개통이 안 되고 있다’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5일 오후 뽐뿌에서 진행된 자체 설문 조사에서는 참여자(94명)의 33%가 2∼3일이 지나도록 개통이 안 됐다고 답했다.

판매점들은 접수가 밀려서 개통이 지연되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지난 3일 오후부터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고객에게 약속한 금액을 맞춰주지 못해 개통을 미루는 경우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이통사의 (보조금) ’정책‘이 바뀌었더라도 일단 기존 조건으로 구매자를 모은 뒤 원하는 ’정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개통을 처리하는 방식”이라며 “마진이 남을 때까지 개통을 미루는 셈”이라고 전했다. ‘정책’은 이동통신사가 판매점에 지급하는 판매 수수료(리베이트)와 가입자 모집 조건 등을 통틀어 이르는 이동통신업계 용어다.

갤럭시S8 불법 보조금은 지난 2일 오후부터 3일 오전까지 집중적으로 살포됐다.

이동통신사가 연휴 기간 가입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리베이트를 올리자 유통점이 고객에게 주는 보조금도 따라 올랐다.

이 기간 보조금이 50만∼60만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출고가 93만5천원인 갤럭시S8의 실구매가는 10만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불법 보조금 대란이 밴드 등 SNS와 언론 기사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상당수 소비자가 뒤늦게 구매 행렬에 뛰어들었지만, 시장 과열을 의식해 3일 오후부터 이통사가 리베이트
를 줄이면서 4일 갤럭시S8의 실구매가는 30만원대로 뛰어올랐다.

4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 관계자를 불러 시장 안정화를 당부하고,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한 것이 한몫했다.

하지만 일부 판매점은 이후에도 ‘현금완납’ 조건으로 20만원대 구매가를 제시하며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일단 가입자를 받은 뒤 보조금이 다시 오를 때까지 개통을 미루도 방식이 대부분이다.

고액의 보조금을 기대하며 매장을 찾은 소비자를 상대로 제휴카드 가입을 강요하고, 당일 현금을 돌려주는 페이백 방식이 아닌 현금 지급을 일주일이나 심지어 한 달 뒤로 미루는 사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란이 한 차례 휩쓸고 갔지만, 보조금이 다시 올라가길 기다리는 대기자들은 여전히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5월 초가 전통적으로 선물 수요가 많은 성수기여서 남은 연휴 기간 통신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액의 보조금을 앞세워 소비자를 현혹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제품을 사기 전에 구매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막연한 기대감에 판매점을 찾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싼값에 현혹되지 말고, 개통을 무작정 미루는 판매점은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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