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선관위-경상일보 공동기획 ‘선거와 희망’

▲ 이민호 변호사

20대 중후반 사법시험 2차를 준비하며 울산 중구 시립도서관에서 수험생활을 하던 어느 날 필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고등학교 동기를 우연히 만나 대화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던 가난한 청년들이었지만 우리는 우리 사회의 정치 현실의 암담함과 그에 대한 대책에 대해 나름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친구 주장의 요지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는 정치 부패에서 비롯되고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해 정치인들 특히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언제라도 소환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한데 그런 법을 만들어야 하는 국회의원 본인들이 썩어 있어서 자신들의 목을 칠 법을 만들 리가 없으니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필자는 그 친구의 주장에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헌법과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탄핵장치 외에 선거직인 국회의원들까지 소환하는 법까지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불안정성을 더 촉진할 수 있어 반대한다고 하면서 정치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사실은 우리 국민들의 잘못이 더 크다는 입장을 피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대화를 더 진행하면서 현재로서 접근 가능한 최선의 제도적 장치는 선거라는 점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국민들의 무기력증, 선거에 대한 무관심, 정치인들의 국민 무시가 상호 악순환처럼 맞물려서 우리 사회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 서로 의견을 같이 하고 한숨을 쉬면서 대화를 마무리 한 일이 있었다.

위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얼마 되지 않아 그 친구는 원하던 공무원이 되었고, 필자 역시 원하던 시험에 붙어 법조인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 이후 다시 20여년이 흘렀지만 작년 초만 해도 교육부 모 고위 공무원이 국민들을 개돼지라고 불렀다가 파면당하는 일이 발생해 한동안 국민은 개돼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고 국민들을 아랑곳하지 않는 국정농단이 있었음이 사실로 밝혀져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실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아마도 일부 정치인들이나 고위 공무원들은 이미 예전부터 우리 국민들을 누가 정치 지도자가 되든 무관심한 존재들, 어떤 취급을 하더라도 반항하지 못하고 순종하는 힘없는 존재들이라고 보아왔을 것이다. 그러니 개돼지라는 말을 감히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었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국정농단을 벌여 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개돼지라며 무시하던 국민들이 이번에 촛불집회라는 방식을 통해서나마 민의를 표출해 한 시대를 마감하게 하고 또 다른 시대를 새롭게 열어가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앞으로 또 쉽게 국민들을 만만하게 볼 정치인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광장에서 벌어지는 촛불집회는 비상시의 비제도적 장치라는 점에 한계가 있다. 정치적 의견 표출에 시스템 밖의 장치인 촛불집회가 일상화되어야만 하는 사회는 바람직한 사회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민주공화국의 주인들인 국민들이 평화롭게 제도 내에서 소중한 민의를 표출할 수 있는 장치가 바로 공직선거이고 국민들의 가장 큰 무기는 각자의 한표이다. 선거에 유권자로 참여하지 않는 것도 나름 민의를 표시하는 것이라는 입장이 있을 수도 있지만 국민의 소중한 혈세로 치뤄지는 선거에 민주공화국의 유권자라면 꼭 참여해 누구를 지지하든 각자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의 위임을 받아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할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 바로 내일이다. 그대가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임을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바란다.

이민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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