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경제부 기자

지난달 울산 울주군 온산읍 울산신항 남항부두 내 설치된 ‘해수유통구(로)’가 막힌채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았다. 취재에 들어간 기자는 현장을 확인하고 나서 울산지방해양수산청 담당직원에게 이유를 캐 물으니 “안 막혔을 걸요?”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엄밀히는 해수유통구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듯 했다. 현장사진을 보고, 부두 인근 기업체 관계자와 통화를 한 뒤에야 해수유통구가 막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그제서야 부랴부랴 진상파악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해수유통구 조성사업의 시행주체와 사업개요, 또 언제부터, 왜 무슨 이유로 막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튿날까지도 명쾌하게 알지 못했다. 본보의 취재가 이어지고 보도가 되면서 뒤늦게 파악에 나섰고 며칠이 지나서야 그 원인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울산신항(1~2단계) 남항부두 3번선석(미창석유 신항부두)과 4번선석(정일스톨트헤븐 3·4부두) 사이에 조성돼 있는 해수유통로는 길이 270m, 폭 30m로 지난 2008년 10월 착공돼 2012년 12월 준공됐다. 총 사업비는 101억5000만원으로 부두 민간사업자인 정일스톨트헤븐과 미창석유가 반반씩 나눠 공사를 한 뒤 정부(해양수산부)에 귀속하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최초 사업 실시설계 당시 계획돼 있었던 해수유통구 설치사업이 민간사업자가 시행하면서 사업 과정에서 배제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이 해수유통로는 한 쪽 면이 막혀 이름만 해수유통로일 뿐 사실상 유통이 되지 않는 길로 수년째 방치돼 왔다. 당연히 해수의 흐름은 원할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미역이 고사해 있는 등 바닷속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태다.

울산해수청 관계자는 “아마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해수유통구의 필요성이 크지 않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으나, 어떻게 준공 승인 났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해명조차 하지 못했다. 해수유통로나 해수유통구는 환경영향평가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 환경부와 협의를 통해 설치하는 것으로 이 곳 역시 해수유통로 설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조성됐다. 특히 취재에 들어갔을 때 현재 담당자 뿐 아니라 전임 담당자도 해수유통구 사업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초 사업 준공이후 후임 담당자들에게 사업에 대한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셈이다.

해수청은 보도 이후 해명자료를 통해 “주기적으로 온산항과 울산신항간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변화 등 환경영향을 조사해오고 있으나 수질오염과 관련한 유의미한 변화는 발생하고 있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장기간 해수유통을 하지 않음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인지함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해수유통 사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다소 궁색한 해명이지만 뒤늦게라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수유통구 사업을 재개하겠다고 공식화 한 셈이다.

울산해수청은 울산항만공사 출범 이후 갈수록 그 위상과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하지만 안전하고 경쟁력 있는 울산항을 만드는 데 있어 해수청은 여전히 그 중심에 있는 기관이다. 울산해수청 홈페이지에는 ‘新 해양항만 가치 창출로 선진일류 항만 실현’이라는 비전이 제시돼 있다. 하지만 막혀 있는 해수유통로처럼 울산해수청의 내부소통로도 막혀 있다면 선진일류 항만 실현은 뜬 구름 잡는 이야기될 게 자명하다. 차형석 경제부 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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