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국애 울산과학고 교사

몇달 전 위층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벽을 부수는 소리를 견디다 못해 방학 중임에도 학교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런데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고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겼다. 천장에서 언뜻 보이기 시작했던 누르뎅뎅한 물 자국이 넓어지더니 점점 흘러 내려오는 것이었다. 분명 공사하면서 뭔가를 잘못 건드린 것인데 위층에서 공사를 해 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 공사 작업자와 연락이 닿았으나 낮 시간에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다가 급한 대로 부모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일찍 작업이 진행됐고 부모님이 오셔서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었다. 한창 작업 중에 혼자 계실 아버지가 무료하실까봐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집안 청소를 좀 했다고 한다. 바깥일 이외에 가정 일에 아예 손도 대지 않으셨던 분이라 분리수거 정도 했겠거니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퇴근 후 너무 깨끗해진 집을 보고 깜짝 놀랐다. 베란다며, 식탁이며, 싱크대까지 말끔히 정리하고 내려가신 것이었다. “아버지, 어떻게 한 거예요? 정말 힘들었을 건데…. 참, 아버지도…. 엄마가 아시면 배신감 들 것 같아요? 다음에 맛있는 거 사 들고 갈게요.” 별 것 아니라며 아버지는 웃으시며 종종 청소하러 올라가야겠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철들기 전부터 돈이 되는 일이면 닥치는 대로 하셨다. 어릴 때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다보니 당신이 받아보지 못한 굶주린 사랑을 자식에게 채워 주셨다. 동네잔치에 가시면 자식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가득 담아 우리에게 내려 놓으셨고 고등학교부터 자취하던 딸집에 갑자기 찾아와 “보고 싶어 왔다” 하시고 내려 가셨다.

“아버지는 두 마리의 두꺼비를 키우셨다//해가 말끔하게 떨어진 후에야 퇴근하셨던 아버지는 두꺼비부터 씻겨 주고 늦은 식사를 했다. 동물 애호가도 아닌 아버지가 녀석에게만 관심을 갖는 것 같아 나는 녀석을 시샘했었다. 한번은 아버지가 녀석을 껴안고 주무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기회는 이때다 싶어 살짝 만져 보았다. 그런데 녀석이 독을 뿜어대는 통에 내 양 눈이 한동안 충혈되어야 했다. 아버지, 저는 두꺼비가 싫어요// <중략> 내 아버지 양 손엔 우툴두툴한 두꺼비가 살았었다.”

박성우 <두꺼비> 중에서

자식인 ‘나’는 자신보다 두꺼비에게 더 많은 관심을 주는 아버지가 서운하다. 그러나 두꺼비가 독을 내뿜는 탓에 제대로 보거나 만져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것을 볼 때마다 ‘나’의 눈은 충혈되었다. 이 시처럼 우리 아버지도 반평생 두꺼비를 키우셨다. 아버지의 손이 거칠어질수록 두꺼비는 더욱 살쪄갔다. 나도 그 두꺼비가 싫었다. 그것 때문에 겨울에도 장갑을 못 끼시는 아버지가 안쓰러웠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두꺼비가 독을 뿜지 않는다. 하지만 좀처럼 일을 놓지 않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덜컥 겁이 난다. 혹시 아버지가 잠들어 있는 두꺼비를 다시 깨울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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