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이스라엘 화해협정 1년도 안 돼 관계 급랭 조짐

▲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인종차별적이라고 비난하자 이스라엘이 터키의 인권탄압 실태를 들어 역공에 나서면서 양국 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10일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8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예루살렘 관련 콘퍼런스에서 이스라엘을 작심한 듯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과 예루살렘의 성지 템플마운트(성전산) 관련 이스라엘의 정책을 차별적인 정책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특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를 겨냥해선 인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전세계 무슬림과 터키국민들에게 템플마운트의 알아크사 사원을 방문해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을 지지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터키는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려고 하는 미국을 향해서는 계획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무슬림들의 예배 시간을 알리는 확성기 방송인 ‘아잔’을 법으로 금지하려는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의 조치에 대해서도 묵인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곧바로 반박 성명을 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당초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에 공개적 대응을 자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이 이스라엘에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보도돼 파장이 커지자, 네타냐후 총리가 외교부에 반박 성명을 내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외교부의 에마뉴엘 나숀 대변인은 “조직적으로 자국의 인권을 침해하는 자는 강연을 하거나 역내 유일의 민주주의 국가에 대해 도덕적 우위에 서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유대인과 무슬림, 기독교인의 종교적 자유를 분명하게 존중하며 근거 없는 비방에도 불구하고 종교의 자유를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율리 에델스타인 크네세트 의장은 터키 대통령을 가리켜 “이스라엘의 적”이라고 맹공했다.

하레츠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겨냥한 이스라엘 외교부의 반응이 그 강도에 있어서 전례 없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지역 내 두 강국이 인권 문제로 국제사회의 뜨거운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외교적 긴장이 새로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재소자들의 단식투쟁 파장을 억제하느라 부심하고 있고, 터키는 개헌 국민투표 통과 후 독재로 회귀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이스라엘과 터키는 6년간의 냉각 관계를 끝내고 지난해 7월 화해협정에 서명했다.

2010년 이스라엘이 봉쇄한 가자지구에 해상으로 접근하려던 터키 활동가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사건 이후 양국은 외교적 위기를 맞았으나 지난해 화해에 전격 합의했다.

소환했던 대사도 귀임시켰고 외교 관계도 점차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이스라엘 언론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작심 비난한 것은 화해협정 체결 후 처음이라며 그 의도를 궁금해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리는 하레츠에 터키와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로선 반박 성명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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